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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

[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
입력 2022-03-15 22:38 | 수정 2022-03-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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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
    - 원더걸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핫펠트는 페미니스트 선언해서, BJ 故 잼미는 남성혐오자로 낙인 찍어서? 여러 피해자의 영상을 만든 유튜버 뻑가, 그의 추정 수익 약 9억 원

    - 젠더 갈등 촉발시킨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여성가족부가 여성정책에 사용한 예산은 전체에서 약 8%

    15일 밤 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에서는 20대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온라인에서의 ‘페미니즘 백래시(반발)’에 대해 다뤘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 갈라진 20~30대 여성과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공격받는 여성들과 페미니즘이 혐오적 표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
    2018년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SNS에 감상평을 올린 핫펠트, 예은 씨.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여기자는 운동인 페미니즘의 뜻에 동의한 그는 페미니스트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예은 씨에게 쏟아진 악플은 거셌다. 예은 씨는 “제가 앨범을 낼 때마다 쫓아와서 페미, 꼴 페미 이런 댓글을 단다든지. 정말로 겁을 주는 거예요. 저는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예은 씨를 딥 페이크 최대 피해자인 K팝 가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안티 페미니스트 카페에 관련 기사가 올라왔다. 이른바 좌표 찍기였다. 좌표 찍기 이후 기사에는 온통 예은 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상처가 전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런 공격들이 대상을 바꾸고 또 바꿔가며 공격을 하잖아요”

    특히 예은 씨를 강하게 비난한 이들, 자칭 안티 페미니스트 유튜버가 있었다. 약 12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뻑가, 예은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얻은 조회수는 무려 565만 회를 기록했다. 그가 만든 영상은 핫펠트뿐만 아니었다. 올해 초 스스로 세상을 등진 BJ 故 잼미. 2019년 7월부터 악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뻑가는 잼미 씨를 언급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비난의 이유는 잼미 씨가 남성 혐오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잼미 씨는 어려 차례 사과했지만, 조롱과 악성 댓글은 계속됐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에게 비극이 발생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잼미 씨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 유가족은 악성 댓글을 멈춰달라는 호소와 함께 잼미 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유튜버 뻑가가 만든 영상은 약 866개, 조회수만 8억 5천 뷰에 달했다. 전문 업체를 통해 조회수 대비 수익을 예측해봤다. 그 결과 페미니스트 또는 여성 관련 이슈를 다루면서 혐오적인 표현을 사용한 영상은 약 32%, 여성 혐오 콘텐츠로 약 9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거부감은 대부분의 세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로 바라보는 시각이 높았다. 같은 20대 여성과의 인식 차이도 컸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16년 이후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 범죄에 분노했다. 여성 대상 범죄 예방과 대책은 물론 성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즘의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발언과 시위가 등장해 남성들의 반발을 불렀다.

    여성 혐오를 저지른 남초 사이트에 미러링(상대가 한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기)으로 대항했던 메갈리아와 급진적 성향의 워마드. 이들에 대한 반감이 페미니즘 거부를 확산시켰다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다. 공격은 메갈리아나 워마드와 관계없는 이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근거 없는 낙인찍기로 피해자는 이미 한둘이 아니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화를 푸는 것은 약한 아이를 대상으로 공격해 풀거든요. 이것을 사회 정의 실현처럼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심리학 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이건 분노 표출이자 상대방을 나보다 끌어내림으로 얻는 위안과 쾌감이다”라고 밝혔다.

    페미니즘 자체를 터부시 하는 이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학교 안의 성평등 교육을 얘기하는 짧은 영상을 만들었던 초등학교 교사도 대상이었다. 방송 직후 남초 커뮤니티에서 선생님을 남성 혐오자로 낙인찍고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했다. 일부 보수 단체는 선생님의 학교를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였고 퇴직을 요구하는 단체도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다른 선생님들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현직 교사는 “여학생이 글씨를 못 써도 남학생이 운동을 잘 못 해도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는 교실을 만드는 거라서 어린이들한테는 재미있는 해방의 시간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다른 현직 교사는 ”저희가 개인 SNS도 비공개 계정으로 이용하고 있거든요. 신상이 털리거나 걱정돼서요. 2, 3년 만에 어떻게 보면 변화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에서 페미니즘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정의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혐오의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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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시민이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대낮에 벌어진 흉기난동 현장에서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도 소용이 없자 실탄을 사용한 끝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보름 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부 유튜버와 커뮤니티에서 여경이 시민을 내버려 두고 범인을 피해 도망갔다며 비난이 쏟아진 것. 그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당시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사건을 목격한 주민 A는 “여경도 덤벼드는 거 같던데? 도망가거나 그런 거 없었어. 그걸 도망갔다고 보면 안 되지. 칼 들고 덤비는데, 어디 도망간 게 아니고 (경찰) 대열에 있었다니까”라고 말했다. 흉기난동 현장을 촬영한 당사자를 PD수첩은 수소문 끝에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굳이 도망쳤다고 볼 수 있나? 그게 저라도 피했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뒤로 물러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다른 형사들도 뒤로 막 물러섰으니까”.

    PD수첩은 관할 경찰서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 중 공격조는 범인 검거를 담당했고, 여경을 포함해 지구대 경찰 중 2명이 시민통제를 맡았다. 이들은 시민을 범행 현장 밖으로 대피시키는 게 우선 임무. 게다가 급박한 검거 상황에서 공격 지원도 나갔다고 밝혔다. 관할 경찰서 형사는 ”여경 분도 테이저건을 꺼냈죠. 발사하려고 적극적으로 대처했죠“라고 밝혔다. 똑같은 대한민국 경찰이 아닌 단지 여성으로 보는 편견이 여성 경찰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온라인 추이를 분석한 결과 경찰 관련 뉴스 중 여경이란 단어에 조회수가 폭발했고, 최근에는 여성 경찰 채용 폐지 여론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커뮤니티에서 언급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다는 거였다. 그리고 2021년 11월 이준석 대표는 ”(남녀 경찰)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격 요건을 둘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업무 수행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그의 발언은 커뮤니티 발 여경 무용론과 맥을 같이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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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터로 급부상한 건 20, 30 청년세대였다. 당시 윤석열 후보의 선거캠프가 주목한 건 20~30대 남성이었다. 1월 초 당시 윤석열 후보의 페이스북에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게시되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이 초기에 배포한 공약 설명서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는 청년들의 공정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김승주 청년 뉴스 스타트업 대표는 대한민국 남성이 여성보다 더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대 남성들은 태어나서 기득권을 가진 적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남자란 이유로 뇌종양 환자까지 끌고 가서 징병시키고, 또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 없이 여성전용 주택, 여성할당제, 여성 가산점, 여성안심서버스 등 이런 식의 여성 우대 정책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차별받은 기억밖에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예산은 2021년 기준 약 1조 2천억 원 규모. 예산의 약 60%가 한부모 가정 지원 등 가족정책에 쓰이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에 약 20%,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약 10%를 사용했으며 여성정책에 사용된 예산은 약 8%였다. 여성가족부는 20여 년 동안 호주제 폐지 등의 여러 성과를 냈고, 여성 참여기회 확대와 성범죄 피해 여성을 돕는 등 성평등 정책도 이끌었다.

    사실상 여가부 폐지를 본격적으로 공론화 시키는 이는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였다.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대표는 젠더 이슈에 대한 말을 쏟아냈다. 그는 “여성 장관 30% 할당제 해가지고 김현미 장관, 아니면 유은혜 장관 뭐 강경화 장관 추미애 장관 이런 분 탄생했다고 해가지고 여성들 삶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나요?”라고 말했고,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생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장혜영 국회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 오르기 전부터, 주된 ‘어젠다’로 여성에 대한 공격, 여성주의에 대한 공격 등의 담론을 계속 강화해오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대학 졸업 이후 2년 이내 남녀의 소득을 조사했는데, 학교 학과 학점 등 ‘스펙’이 같은 남성과 여성의 소득 차를 비교한 연구 내용이었다.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남녀가 대학 졸업 직후 초기 소득을 조사하면 남녀의 소득 격차가 0입니다. 미국에서는 소득 격차가 전혀 없는데 한국에서는 18퍼센트가 난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13일 다시 한번 여가부 폐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제 인수위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정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법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동안 악화된 성별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성평등을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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