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졌다' '100억 마리가 없어졌다' '꿀벌 실종 미스테리'를 다루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졌습니다.
꿀벌 실종은 양봉농가뿐 아니라 당장 과수농가에도 비상이 걸렸고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꿀벌 실종 사태가 수도권까지 번지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 3일 경기도의 한 양봉농가를 찾아가 봤습니다.<망연자실한 양봉 농가‥"절반도 안 남았다" >
고양시의 허니순꿀벌농장. 한창 꽃피는 철을 맞아 정신없이 바쁠 때이지만 심온 대표는 빈 벌통을 보여주며 허탈해 했습니다.
벌통 5백 개중 2백여 개만 벌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남부지방의 벌들이 실종됐다고 해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3월말쯤 우리 농장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죠. 여왕벌이 알을 계속 낳으면 일벌들이 늘어나서 벌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거죠. 벌은 한데 모아 놔야 하기 때문에 꿀벌들이 많이 없어진 벌통을 매일 열 몇개씩 합치고 비웠습니다. 벌통 한 개에 하나의 여왕벌만 있어야 해서 멀쩡한 여왕벌을 죽이기도 했어요. 제대로 돌보지 못해 벌들에게 미안하죠."
심온 대표는 날씨 영향을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겨울 한파가 극심했고, 유난히 기온 변동 폭이 커서 벌들이 죽었을 거라는 겁니다.
"3월까지도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벌통 내부 온도가 올라가지 못했고, 일교차 기온차가 크다 보니 밖에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심온 대표는 벌 값이 50%나 올라 사서 키우기도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 당국, 이상기온과 말벌 등 복합 요인‥지원은 대출뿐? >
전국적으로 100억 마리 정도의 꿀벌이 이렇게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벌이 나가서 안 돌아오면 벌집에 있던 여왕벌과 애벌레도 굶어 죽게 되죠.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 자자체가 합동으로 2월 말까지 조사해 보니 전남과 경남, 제주지역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이상 기후와 말벌에 인한 피해 증가, 일부 농가의 과도한 살충제 사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집단 실종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연 2.5% 이율로 소규모 농가당 천만원의 대출을 지원책으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양봉농가는 지원규모도 적고 방법도 복잡하다고 하소연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니‥과일 농가 비상>
꿀벌이 없으면 꿀 안 먹으면 되지‥꿀 보다 더 문제는 과일에서부터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딸기 과일 등 꽃가루받이에 꿀벌 의존도가 높았던 농가는 벌을 못구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수박은 꽃가루받이에 꿀벌 의존도가 9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꿀벌이 없어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다 보니 효율은 떨어지고 비용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사과 살구 등도 꿀벌의존도가 높은 만큼 조만간 과일값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미국 꿀벌 실종 뒤 세계 식량위기‥again 2006?>
인베스팅닷컴을 보면 2006년 이후 국제 소맥(밀)값이 기록적으로 폭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고점을 형성했는데요.
밀뿐 아니라 콩 옥수수 등 농산물 값이 유례없이 폭등했습니다.
2006년 미국에서 꿀벌 실종 사태가 첫 보고된 이후 1년 만에 미국 27개 주에서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미국에서 꿀벌이 사라진 그 기간동안 세계 곡물 가격은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였고,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식량난을 항의하는 시위와 폭동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꿀벌 실종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식량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는 최근 한 신문의 기고를 통해 "농작물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데 그 중 80%가 꿀벌의 몫"이라며 "꿀벌이 사라진 뒤 불러올 엄청난 식량대란의 아비규환을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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