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103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입니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 샤페이로 321호의 서양식 건물을 청사로 삼아 민주공화제 정부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날이죠. 지난 3.1절에 개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에 있는 임시정부기념관은 신축 건물 4개 층에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1층에는 1945년 임시정부의 환국을 기념하는 특별전, 그리고 2층, 3층, 4층에는 임시정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가 마련돼 있습니다.
2층 전시관에선 제복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벽에 있는 설명에는 충칭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위대의 제복을 고증 복원한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임시정부는 수립 초기부터 경찰 조직을 두었는데, 중앙경찰기구로는 경무국, 지방경찰기구로 경무사, 그리고 충칭 시기에는 특수경찰기구로서 경위대를 창설했습니다.
이 경찰 조직의 첫 수장, 즉 초대 경무국장이 백범 김구 선생입니다.<임정 초대 경찰 수장은 백범 김구 선생>
백범은 어떻게 임정의 초대 경무국장이 됐을까요? 김구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무총장인 도산 안창호 선생을 보고 정부의 문지기를 시켜 달라고 청하였다. (중략) 그런데 다음날 아침 도산은 뜻밖에도 나에게 경무국장 임명장을 주며 취임하여 근무할 것을 권하였다.”
백범은 도산의 거듭된 권유에 따라 경무국장직을 받아들입니다.
임정의 경찰 임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김구 선생의 설명을 볼까요.
“나는 5년 동안 경무국장으로서 신문관·검사·판사뿐만 아니라 형집행까지도 담당하였다. (중략) 남의 조계지에 붙어사는 임시정부니만치, 경무국 사무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통 경찰행정과는 달랐다. 그 주요 임무는 왜적의 정탐활동을 방지하고, 독립운동자의 투항 여부를 정찰하여, 왜의 마수가 어느 방면으로 침입하는가를 살피는 것이었다. 나는 정복과 사복 경호원 20여 명을 임명하여 이 일을 수행하였다.” (백범일지)임시정부 수립 이듬해인 1920년 신년축하회 사진을 보면, 경호원 6명이 임시정부 요인들을 둘러싸듯이 서 있습니다.
사진 왼쪽 끝에는 경무국장 김구 선생이 앉아 있습니다.
일제 경찰과 군의 기습에 대비하던 긴장의 나날들, 그들과 그들의 밀정에 맞서 비밀경호와 정보탐지 활동을 하던 경호원들의 얼굴이 보입니다.<임시정부 전투식량은 쫑즈>
전시관 3층에는 망국의 설움 속에서 광복의 투쟁을 이어갔던 임시정부가 일제의 추적을 피해 무려 7번이나 청사를 옮긴 파란만장한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 직후인 1932년 4월 상하이를 떠난 것을 시작으로 환국할 때까지 상하이(1919~1932)-항저우(1932~1935)-전장(1935~1937)-창사(1937~1938)-광저우(1938~1938)-류저우(1938~1939)-치장(1939~1940)-충칭(1940~1945)으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사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채 1년을 머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잠 한숨, 밥 한 번 맘 편히 먹을 수 없다 보니, 임시정부 요인들은 ‘쫑즈’라는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허다했습니다.
쌀과 찹쌀을 뭉쳐서 만들고 포장지 대신 대나무 잎으로 싼 음식입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가 간편하고 대나무 잎만 벗겨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보니 일종의 비상식량으로 썼던 것입니다.
‘쫑즈’에서 접미사 ‘즈(子)’를 빼고 중국어 사전에서 검색하면, 단오절에 먹는 떡이라고 나옵니다.
쫑즈의 유래에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신하이자 시인이었던 ‘굴원’의 고사가 있습니다.
굴원이 정쟁을 겪고 유배 중 5월 5일에 멱라강에 투신했는데, 충신이었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백성들이 매년 5월 5일에 멱라강에 쫑즈를 뿌렸고, 그후 쫑즈는 단오절에 먹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쫑즈는 찬도 없고 국도 없이 먹는 풍찬노숙의 주먹밥입니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쫑즈를 먹으며 조국 광복의 결의를 다졌습니다.
“내 육십 평생을 회고하면 너무도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게 사람이 귀하면 궁함이 없겠고 궁하면 귀함이 없을 것이나, 나는 귀해도 궁하고 궁해도 궁한 일생을 지냈다.” (백범일지 중에서)
임정 요인들의 무한 헌신을 마음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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