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호 1주기‥평택항 찾은 아버지 "더 죽지 않아야"

지난해 평택당진항 컨테이너 사고로 숨진 이선호 씨의 사망 1주기를 맞아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고 이선호 씨는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4월 22일 평택당진항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넘어진 철판에 깔려 숨졌습니다.

당시 철판의 무게는 300kg이나 됐고, 이 씨는 안전모조차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이재훈 씨는 기자회견에서 "작년 4월 22일 출근한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며 "원청 최고 책임자에게 사고 책임자의 엄중 문책을 약속받고 59일 만에 장례를 치렀지만,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사고 책임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원청업체였던 '동방'을 겨냥해 "책임자를 어떻게 중징계하는지 두 눈 뜨고 지켜보겠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엄격히 적용해 일터에서 더는 사람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유족과 노동자들은 평택 서호추모공원을 찾아 이선호 씨의 첫 제사를 지냈고, 이 자리에서 아버지 이재훈 씨는 아들 사진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이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끊임없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기업주가 구속됐다는 소식은 나온 적이 없다"며 "단 한번이라도 구속 수사가 시작되면 이 안타깝고 원시적인 사고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업주들은 사고가 나면 대형 로펌부터 찾는다, 법망을 빠져나오고 책임을 덜어보려는 것"이라며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절대 줄어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씨는 아들의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원청업체 '동방' 법인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 씨는 "연매출 5천억원인 회사에 대해 검찰은 벌금 5백만 원을 구형했고, 법원은 2천만 원을 선고했다"며 "기업하는 입장에선 '내고 말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미안하다"며 "아들이 저승길을 어떻게 갔는지.."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 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에게 징역 1년과 1년 이하의 금고형을 선고하고,이들 모두에 대한 형 집행을 2년 유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