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2018년 미성년 공저자 논문 1,033건, 이 중 입학 취소 처분은 5건뿐
17일 밤 PD수첩 <부모 찬스! 논문 쓰는 고등학생들>에서는 PD수첩과 진실탐사 그룹 셜록이 함께 미성년자 연구부정 판정받은 논문을 집중 취재한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미성년자가 포함된 논문 1,033건 중 96건을 부정 논문이라 판단했다. 부정 논문 속 미성년 공저자 수는 82명. 그들은 어느 한 대학 교수의 자녀이거나 동료 교수 또는 지인의 자녀로 파악됐고 미확인된 사례도 많았다. 각종 학술지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들, 이들은 어떻게 공저자가 될 수 있었을까.지난 2017년 서울대, 연세대 등 여러 유명 교수들이 미성년자인 자녀를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켜 논문 공저자 명단에 올린 일이 있었다. 일명 '입시 스펙 부풀리기'였다. 사건이 폭로되며 여론이 악화되자 교육부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기간만 약 5년이 걸렸다. 2007년부터 2018년 사이 발표된 논문 중, 고교생 등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 1,033건. 그중 서울대의 논문이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 논문으로 판정된 것도 22건에 달했다. 이 논문에 이름을 올린 미성년 공저자는 18명이었다.2007년 과학고등하교 1학년이었던 창협(가명) 군. 그는 편두통 관련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논문 두 편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뒤 2008년에 신경세포 관련 제1 저자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2009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생명과학 분야 연구의 성과와 재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논문의 교신저자가 문제였다. 교신저자는 논문의 총괄 책임자로, 공저자들의 기여도에 따라 지위를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교신저자는 창협(가명) 군의 아버지였다.
교육부의 조사기간 동안, 서울대에서도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부당 공저자를 조사했다. 위원회는 창협(가명) 군이 공저자에 오른 논문 세 편을 부당 공저자라고 결정했다. 그가 실험을 보조한 것일 뿐 공저자에 오를 정도로 기여했다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였는데, 교신저자인 김 교수에 대해선 연구윤리 위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결론 냈다. PD수첩과 셜록은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구실을 직접 찾았지만, 김 교수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후 PD수첩을 찾아온 김 교수 측 변호인은 창협(가명) 군의 논문 4편 중 3편이 부당 공저자 판정받은 건 사실이지만, 3편의 부당 논문을 대학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모 찬스에 후배를 끌어들인 학생 유나(가명).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후배 예지(가명)와 함께 비브리오균 관련 논문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의 교신저자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강 교수였는데, 그는 유나의 아버지 최 교수와 같은 대학 동료였다. 연구는 아버지인 최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됐지만, 최 교수는 논문 공저자의 이름에서 빠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이 상황이 이해상충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서로 상의를 했죠. 저는 (저자에서) 그냥 빠졌어요. 내가 옳아도 아빠가 딸의 지도교수를 했다. 이게 도덕적으로 한국사회가 용납하기엔 힘들 것 같고" 논문 발표 후 유나(가명)는 고려대 의대에 편입하고 예지(가명)는 성균관대 의대에 진학했다. 둘은 현재 모두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도 PD수첩과 셜록이 취재한 결과 서울대의 부정 논문 22건 중 교신저자 본인의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4건이었고 지인 자녀의 이름이 올라간 경우는 4건, 그리고 동료 교수의 자녀 이름을 올려준 사례가 5건이었다. 이밖에 교신저자와 미성년 공저자의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도 9건 있었다.
연구윤리를 위반하면서까지 기여도가 없는 고등학생을 논문의 주요 저자로 등재하는 부정이 늘어난 건 결국 2007년 들어 바뀐 입시제도 탓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입시컨설팅을 했던 조장훈 작가는 "가장 큰 원인은 입학 사정관제의 지나친 빠른 도입과 이후의 의대, 서연고(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발생한 과도한 스펙 경쟁"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술지식 콘텐츠 전문가 강태영 씨의 분석에 따르면, 해외에 논문을 발표한 고등학생 공저자 중 약 67%가 고등학생 시절 논문을 한 편만 작성했다. 이후 그들의 추가적인 연구 이력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마저도 2014년 대학 입시에서 논문 실적 기재 금지를 발표한 이후, 논문 수도 급격히 감소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부당 공저자로 판정한 고등학생은 18명. 이들은 의과대학 등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대학 입학이 취소된 경우는 단 두 명뿐. 민우(가명) 씨는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에서 개 복제를 담당했던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의 아들로, 이 교수는 본인이 교신저자를 맡은 논문에 아들을 제2 공저자로 올렸다. 민우(가명)는 강원대 수의학과에 편입한 뒤 이 교수가 근무하는 서울대 수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강원대는 민우가 부당 공저자로 판명된 뒤 수의학과 편입을 취소했다. 서울대는 연구노트 미제출과 실험 보조 이상의 기여를 하지 않았다며 그를 부당 공저자로 보았다.교육부 조사 결과 부당 공저자 판정받은 고등학생 82명 중 국내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46명. 입학이 취소된 학생은 5명뿐이었다. 나머지 41명의 부당 공저자들은 아무 처분도 받지 않았다. 해외 대학에 진학한 부당 공저자는 36명. 교육부는 이들이 입시에서 논문 공저자 실적을 활용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 대학 입시의 경우 정부 조직법이랑 고등 교육법상 교육부 업무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동의 받지 않은 개인정보 활용은 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조치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미성년 ‘부당 공저자’ 판정률은 34%. 그나마 높은 수치다. 고려대는 17건 중 1건, 연세대는 32건 중 10건만이 문제가 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더라도 미성년 공저자 논문 1,033건 중 부당 공저자로 판정한 논문은 96건, 10%가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90%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번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 자라나는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그들에게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보다 좋은 스펙으로 좋은 대학을 들어가자고, 문제가 생긴 사람은 운 없는 사람일 뿐이라고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미성년 공저자 논문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하고 객관적인 재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론보도] 〈부모 찬스! 논문 쓰는 고등학생들〉 관련
본 방송은 2022년 5월 17일 PD수첩 1331회에서 [부모 찬스! 논문 쓰는 고등학생들]이라는 제목으로 유명대학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자신 또는 지인의 연구에 참여시키고, 논문 공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이른바 스펙 부풀리기를 했다며 창협(가명) 군의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창협군 측은 "2008년 제1저자로 발표한 논문의 경우 교신저자가 아버지가 아니었고, 논문 작성에 아버지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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