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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입력 2022-05-24 22:48 | 수정 2022-05-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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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 10개월 동안 한 가정에 일어난 세 번의 자동차 추락사고. 사고 신고자와 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김 씨였다
    -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10대들, 포식형 범죄자들의 살인 계획


    24일 밤 PD수첩 <보험금과 설계된 죽음>에서는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계획된 보험 살인 사건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10년 전 보험 살인은 어려운 생계 때문에 단독범행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집단화돼가고 있다. 처음부터 보험금을 노린 이른바 포식형 범죄자들. 이들의 수법은 무엇이고 사전에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취재했다.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지난 5월 3일 부산 동백항 부둣가에서 일어난 차량 추락사고로 운전석에 앉았던 40대 여성이 사망했다. 조수석에 앉았던 친오빠 김씨는 사고 직후 자력으로 조수석에서 혼자 빠져나왔다. 여동생에 대한 보험 살인 혐의를 받는 그는 무죄를 주장했다. 동생의 운전미숙으로 일어난 사고라는 것. 동백항을 비추던 CCTV 영상은 어떨까? 운전석에서 내린 건 김씨였다. 영상을 확인한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김씨의 신체가 조수석까지 움직였기 때문에 강압에 의해 (동생이)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이동됐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차량이 바다에 빠지기 전 약 7초 동안의 CCTV 영상에선 차를 멈추기 위한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브레이크나 액셀을 밟는 등의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오빠 김씨에게는 지난 10개월 사이 비슷한 패턴의 사건이 두 개 더 있었다. 그중에는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운전 부주의로 사건 종결 처리됐다. 신고자도 아들 김씨, 아버지의 사망보험금도 대표 수령자인 김씨가 받았다. 그리고 동생의 사망 보험금은 약 7억여 원 역시 수익자는 김씨였다. 동생에겐 법정상속 1순위인 남편과 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수령자가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현재 경찰은 동백항 사건 이전에 일어난 두 건의 사고에 대해서도 재수사하고 있으며 김씨를 보험사기 및 자살방조 혐의로 수사 중이다.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지난해 10월 9일 전라남도 펜션에 도착한 커플. 남자 친구가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에 여자 친구는 혼자 숲 속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흉기를 든 남성의 공격을 받았다. 가까스로 도망친 그녀는 다른 펜션 손님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녀를 공격한 범인은 만 19세 유씨 그리고 공범으로 남자 친구 박씨와 운전을 담당한 임씨까지 총 세 명이 있었다. 박씨의 차 트렁크에 숨어있던 유씨가 들통나면서 그들은 경찰에 검거됐다. 화순경찰서 최선재 형사 2 팀장은 그들을 고교 동창생이라고 밝혔다. "하나가 보험설계사고 주범격인 유 씨가 계획을 세우는 거죠" 지난해 8월 말 박씨는 피해자의 이름으로 주계약과 특약을 합쳐 5억 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을 가입했다. 박씨가 근무했던 보험사 관계자는 "피보험자가 상해 사망할 경우 수익자로 제3자인 박씨 이름이 지정" 되어있었다며 당시 보험은 반려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씨가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하자 보험은 승인됐다. 박씨는 다음 달 피해자와 함께 고객센터를 찾아가 보험금 수익자를 자신으로 변경했다. 이후 박씨는 펜션에서 가까운 동네 인근을 중심으로 여러 번 답사를 다녀오는 등 본격적으로 살인을 준비했다. 처음 계획은 해발 750여 미터 높이의 구름다리에서 피해자를 추락사로 위장하는 것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직접 살해하기로 정했다. 보험 설계사 B 씨는 상해란 말 그대로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답했다. "살해의 경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상해로 들어간다는 것. 그들의 보험 살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결국 모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위해 피해자를 물색하는 등 각본을 짜고 성공할 때까지 살인을 연속해서 시도했다. 법원은 이들이 죄질이 불량하고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중형을 선고했다.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2019년 포식형 범죄자의 위험성을 지적한 논문이 발표됐다. 사냥하듯 피해자를 물색하며 범행수법 역시 치밀하기 때문이었다. PD수첩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한 살인과 살인미수 등으로 유죄가 입증된 34개의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해자 중 58퍼센트가 친인척을 포함한 가족이었다. 박성남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초동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가해자다 보니 중요한 시신을 빨리 제거해버린다는 것. 박성남 변호사는 가족 간 살인은 피해자를 가해자에게 유리한 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고 흔적을 최소화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포식형 보험 살인은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혼인을 일종의 도구화한다는 것.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보험 살인은 사람의 생명을 수단화하기 때문에 의도 자체가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견해를 밝혔다.
    [PD수첩] 10년 전과 다르게 집단화된 보험 살인과 늘어가는 포식형 범죄자들
    2019년 6월 30일 계곡에서 故 윤상엽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지난해 12월 13일 검찰에서 1회 조사한 후 도주한 그들은 넉 달 만에 검거됐다. 고인의 유족들은 사고 이후 3년 만에 이은해의 얼굴을 봤다고 전했다. 故 윤상엽 씨 매형은 "이은해는 (故 윤상엽 씨의 사망이) 사고라 표현하면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이은해의 당당한 모습을 전했다. 검찰은 지난 5월 4일 이들을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미수 혐의와 특히 직접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가스라이팅'. 피해자에 대한 착취와 일상생활을 통제해 고립시키고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피해자로 하여금 이은해 본인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2017년 혼인신고 이후 이은해는 같은 해 윤상엽 씨 앞으로 4개의 사망보험을 가입했다. 중복 등록과 사망특약이 더해진 사망보험금은 무려 8억 원.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해당 보험들이 오직 사망을 위한 보험이라고 판단했다. PD수첩은 故 윤상엽 씨 보험사에 과도한 사망보험금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보험을 통과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론대응을 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보험 살인 사건에서 고액의 사망보험을 집중 가입시키는 것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PD수첩은 리걸엔진을 통해 확인한 최근 10년 동안 일어난 보험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사망 보험 가입 1년 이내 살인 시도가 78퍼센트이고 사망보험을 2개 이상 중복 가입한 경우는 75퍼센트. 특히 평균적으로 5개 이상의 사망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2019년 <보험사기예방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과도한 고액 보험가입을 막고 재정 상태에 맞는 심사와 보험 가입한도를 설정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권성훈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부국장은 해당 규준을 "이게 행정지도라 강제성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법제화를 추진 중이지만, 당장 보험회사에 강력하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 보험사에는 한 달 동안 접수된 보험에 대해 심사하는 <언더라이팅> 과정이 있지만 이조차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민현 변호사는 "보험회사의 경우 실손 보험으로 적자폭이 크기 때문에 (고객의) 가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게"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 피해로 보험 회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미비한 게 사실이라고도 설명했다. 보험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난 경우 가입 심사과정에서 허점이 있어도 보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사망보험은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도움을 주는 방편이다.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누구나 들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보험 심사를 느슨하게 한다면 앞으로 보험 살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험 살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한다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꼼꼼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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