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연됐더라도 상황 변화 없으면 주택조합사업 계약 유효"

사진 제공: 연합뉴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지연됐더라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조합원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서울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조합원은 지난 2018년 7월 추진위와 지역주택조합 가입 계약을 맺고 다음해 1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1억 2천여만원을 냈지만, 2020년말 아파트를 착공해 2023년 입주할 수 있다는 계획이 전혀 실현되지 않자, 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하며 납입한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추진위가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고 알린 점을 참작해 "이 조합원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의 본질적인 조항들이 무효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진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 역시 계약에 무효나 취소 사유는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조합도설립인가도 받지 못한 추진위가 이미 토지 확보 등 과다한 비용을 집행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해당 조합원이 추가로 제기한 계약 해제 주장은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진행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사업 지연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며 계약 해제 역시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이 현저히 변해 계약 유지가 어려운 상태가 돼야 계약 해제가 인정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그 정도의 증명은 안 됐다고 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