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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봉쇄된 도시의 사람들

[PD수첩]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봉쇄된 도시의 사람들
입력 2022-06-07 22:54 | 수정 2022-06-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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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봉쇄된 도시의 사람들
    - 최초 계획과 달리 두 달 넘게 봉쇄된 도시 상하이, 한국 교민들이 전한 상하이의 실상
    - 우한 봉쇄 이후 유지된 <제로코로나> 정책. 중국이 같은 정책을 유지하는 건 왜일까?


    7일 밤 PD수첩 <‘제로코로나’의 딜레마>에서는 인구 250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 상하이의 봉쇄로 인한 상황들과 중국의 코로나 방역정책 ‘칭링’, 일명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우한 도시 봉쇄 이후 2020년 9월 중국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사실상 코로나 사태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공로가 있는 사람들을 표창하는 대회를 열어 자축하기도 했는데. 2022년 현재 세계는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 상하이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했다. 하지만 강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때문에 도시 봉쇄가 길어지자,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분출됐다.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D수첩]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봉쇄된 도시의 사람들
    3월 27일 밤, 상항이의 확진자 수가 3천 명이 넘자 도시 봉쇄가 결정됐다. 도시를 동서로 나눠 순차적으로 각 4일간 봉쇄하고 시민 전체에 대해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봉쇄 조치에도 신규 확진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김병혁 씨 가족은 도시 봉쇄가 길어지자 중요한 생필품부터 확보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 “저는 생필품을 담당했고 아내는 아기 용품 위주로” 아직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우는 그들은 마사지 건을 사용해 어플리케이션 속 물건을 빠르게 여러 번 눌러 구매할 수 있는 물품 위주로 확보하고 있었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귀국한 유학생 김여정(가명) 씨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김씨와 밀접접촉자라는 것. 방 안에서 나온 적이 없다는 그는 다음날 십여 명의 사람들과 임시 격리소로 이동됐다. 그곳의 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고, 창문은 못이 박혀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는 4층에서 나왔는데 3층과 5층 사람이 격리시설로 왔다”라고 항의하자 방역요원은 ‘상해 정부의 지시’라며 따르라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상하이의 번화가 쉬자후이에 사는 오명록 씨는 아직 상하이에 있었다. 봉쇄 50일째인 그는 “5월 돼서 핵산검사(PCR)를 한두 번밖에 안 했다”며 그때를 제외하고 아직 밖을 못 나갔다고 전했다. “신발 신고 문밖으로 나가잖아요, 거기서부터 안 돼요” 확진자가 장기간 나오지 않은 구역에선 주민들의 외출을 일부 허용했다. 하지만 일부 마트와 약국을 제외하고 문을 연 가게가 없고 다른 동네로 가는 길목마저 모두 차단돼 있었다. 사실상 봉쇄와 다름없는 상황. 하지만 중국 정부는 상하이가 곧 일상을 회복할 거라며 선전 영상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었다.

    도시 봉쇄가 시작되고 상하이시 정부는 주민들에게 보급품을 지급했는데 거주 단지별로 편차가 켰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박준섭(가명) 씨는 배급받은 쌀에 곰팡이가 펴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도시 봉쇄 32일째였던 4월 28일 밤. 배급 문제로 상하이 주민들은 각자 집 베란다에서 냄비와 그릇을 두드리며 집단 시위를 진행했고 밖으로 나와 물품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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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임시 격리소로 보내진 사람이 100만 명이 넘었다. 좁은 주택가 골목을 줄줄이 들어가는 방역요원들은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단지 전체를 폐쇄하거나 주민들을 임시 격리소로 강제 이동시켰다. 신규 확진자가 2만 7천 명까지 빠르게 늘어나며 상하이의 의료체계는 곧 한계에 도달했다. 이선정(가명) 씨가 갔던 임시 격리소는 야전 침대가 빼곡한 작은 교실이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열흘 넘게 자택 격리돼있었다. 이미 자연 치유가 된 시점에 집으로 찾아온 방역요원에 의해 그는 격리소로 강제 이송됐다. 그는 아픈 사람들과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있는 상황에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국민들은 총영사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이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총영사관은 도시 봉쇄로 영사관 직원들도 자택에 격리돼 봉쇄 초기 총영사관의 직접 지원활동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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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4일. 베이징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왕징의 소호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5명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수십 층에 이르는 소호 건물 세 동 전체를 봉쇄하고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들의 동선을 파악, 그들의 거주지와 들렸던 건물들까지 전부 폐쇄했다. 베이징 인구 90%를 차지하는 12개 구에 대해 PCR 전수 검사에 들어갔지만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이나 경증환자였다. 사람들은 베이징도 다른 도시처럼 봉쇄될까 걱정했다. 중국은 현재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코로나19 대응 전문팀 수장 량완녠은 중국의 지역 개발 불균형과 의료자원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위드코로나> 정책은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 그 이면에는 중국 백신이 갖는 한계도 있었다. 중국의 백신접종률은 공식적으로 89%가 넘지만 델타 변이에 대해 효과가 있고 오미크론엔 효과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주철현 울산대학 미생물학과 교수는 중국의 사백신 같은 경우 mRNA 백신처럼 위중증을 보호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PD수첩]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봉쇄된 도시의 사람들
    봉쇄기간 동안 상하이에선 연일 SNS에 놀라운 영상이 올라왔다. 경찰이 직접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영상과 경찰이 시민을 결박하는 영상, 명령을 거부하면 3대까지 영향이 가게 하겠다고 말하는 경찰 영상도 올라왔다. 당국의 가혹한 조치와 상하이 시민들의 비참한 일상을 기록한 영상 <4월의 소리>가 인터넷에 업로드됐을 땐, 중국에서 조회수 4억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영상은 당국의 검열로 삭제됐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확산됐다.

    PD수첩 취재 도중 대만의 정보기관 <국가안전국>에서 작성한 기밀 문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는 <제로코로나> 정책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있다는 내용이었다. 루어쯔정 대만 외교 국방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올해 가을에 개최되는 중국의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언급했다. “정치 사회적 안정이 최우선인데 제로코로나 정책은 당 대회를 앞두고 현 체제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향후 중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고 시진핑 주석의 3 연임도 결정된다.

    지난 5월 26일 강화된 학교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텐진대학교의 학생 수백 명이 모였다. 그들은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타도 구호를 외치며 방역 정책에 항의했다. 지난 1일엔 베이징 근교 옌자오 지역에서 천여 명의 주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기도 했다. 정부의 고강도 방역 조치로 생계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리커창 총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 10만여 명을 화상 연결로 모아 대규모 회의를 열었다. 방역도 경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 연구원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제 피해액이 약 3,400조 원에 달할 거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도시 봉쇄 여파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입장을 밝히기 꺼려했다. 두 달 넘게 장비가 오지 않아 생산 라인에 차질이 생긴 중소기업도 있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요 도시들에 대한 봉쇄와 해제를 반복해온 만큼 앞으로도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

    65일 만에 일상 회복에 돌입한 상하이시는 일부 주거단지에서 다시 확진자가 나와 하루 만에 봉쇄된 지역도 있었다. 질병 통제와 시민의 일상을 유지한다는 게 어려운 만큼 코로나 위기를 중국이 잘 헤쳐나가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도 완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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