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아간 검찰, 조작된 증거를 제시하고 여동생의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 권성동 국회의원의 공직기강비서관실 인사 옹호, “일종의 ‘업무 해태’와 ‘주의력 결핍’이었다.”
21일 밤 PD수첩 <비서관의 자격 – 그 검사의 화려한 귀환>에서는 지난 5월 5일 윤석열 정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이시원 전 검사가 임명되고 불거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2013년 1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 씨는 집 앞에서 체포돼 서울의 한 구치소에 감금됐다. 그의 혐의는 놀랍게도 국가보안법위반 및 간첩 혐의. 유우성 씨의 혐의를 자백한 사람은 여동생 유가려 씨였다. 하지만 그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가 국정원에 의해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PD수첩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우성 씨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검찰의 보복 기소 의혹까지 이어진 사건을 추적해봤다. 신부님의 법률구조 요청으로 꾸려진 변호인단. 그들은 9일 만에 유우성 씨가 서울의 한 구치소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찰이 그를 기소한 혐의 중에는 탈북민의 신상정보가 담긴 명단을 북한에 넘긴 것과 5차례나 밀입북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처음에는 신부님과 변호인단도 유우성 씨를 믿지 못했다고 했다. 양승봉 유우성 공동변호인단 변호사는 “여동생이 오빠가 간첩이라고” 했다며 당시 그는 여동생, 유가려 씨의 증언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빠가 북한의 공작원이라고 임무와 밀입북 과정을 진술한 유가려 씨. 그는 국정원 산하 중앙합동신문센터를 나와서야 오빠를 간첩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는데 자꾸 맞다고 (오빠도) 인정한다고. 오빠랑 같이 살게 도와준다고” 그 말을 믿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거였다. 한국에 2012년 10월에 도착한 그는 탈북민을 조사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들어가야 했다. 그는 안에서 문을 열 수 없고 CCTV가 설치된 독방에서 지냈는데, 그곳의 국정원 직원들이 허위진술을 유도하거나 위협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약 6개월 동안 갇혀있으면서 그는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정원이 재북 화교인 유가려 씨에 대해 ‘비보호’를 결정하면서 그는 중국으로 강제 출국하게 됐다.
유우성 씨 1심 공판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판결되자 검찰은 항소했다. 2심 공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 중국 정부가 발급했다고 했다. 문제가 됐던 건 2006년 5월 23일과 27일. 두 번에 걸쳐 밀입북을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유씨는 2006년 5월 22일 어머니와 전화 통화가 갑자기 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가 끊어진 뒤 집에 보위부 사람들이 들이닥쳤고, 그들과 실랑이하던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통행증을 발급받은 그는 5월 23일 북한에 들어가 3박 4일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한국에 돌아온 뒤 한 번도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당시 뉴스타파 제작진과 변호인단은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 가서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 확인을 요청했다. 잠시 뒤 등장한 담당자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출입경기록을 발급할 권한이 있는 상급기관 공무원은 “발급한 적 없고 위조서류가 맞다”라고 사실을 알렸다. 검찰은 화룡시 공안국의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답변에서 검찰 측의 문서 3건 모두 ‘위조본’이며 공문서 위조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보내왔다. 검찰은 증거 위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중국의 공식적인 답변도 부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검사가 발탁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2014년 대구고등지방법원에서 1년 반을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재직 검사가 총 10명이 되지 않는 곳이라 두 사람이 친분을 다졌을 거라는 추측도 있었다. 유상범 국회의원은 짧은 시간 정치계에 들어와 대통령이 돼 본인이 가장 믿을 사람을 쓴 게 아닌가“라고 견해를 밝혔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공직자 2차 인사 검증과 직무 감찰 등을 담당하기 때문에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가 발탁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생겨났다.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장차관급 임명된 사람이 꼭 인사를 하고 가는 곳으로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정수석실을 꼽았다. 그는 ”공무원을 벌주고 누구는 공무원에 임용시키는“ 등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하는 일에 대해 공직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옹호하는 입장도 있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국회 국정운영위원회에서 이미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은 결과로 끝나야지 평생 족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회의원은 주임 검사로서 증거조작을 왜 알지 못했냐는 물음에 “일종에 업무 해태랄까? 주의력 결핍” 때문이라고 이 비서관을 옹호했다. 공문서 위조가 드러나고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가 시작된 뒤 유우성 씨에 대한 또 다른 고발장이 접수됐다. 서울 중앙지검은 나흘 만에 고발인을 불러 조사했다. 오원근 검사 출신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너무 빠른 조치라고 봤다.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90퍼센트 이상 다 경찰에 내려보냈습니다”, “이런 사건을 검찰이 직접 조사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은 유우성 씨를 고발한 한 탈북자 단체 대표를 만났다. 그는 고발의 근거는 언론 보도라고 했다. 고발장 뒤에 첨부된 여러 개의 기사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주어가 ‘검찰’로 된 이른바 ‘검찰발 기사’였다. 검찰에서 나온 기사를 근거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셈이었다. 2심에서 간첩 혐의 무죄가 선고되고 담당 검사들의 징계가 청구된 지 8일 뒤 유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기소한 검사는 안동완 검사. 사건 지휘는 이두봉 서울 중앙지검 형사 2 부장이었다. 2014년 시작된 재판은 7년이 지나 작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불이익을 줬다고 명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공소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확정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일종의 보복성 수사로 일종의 사법농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결 날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두봉 인천지검장에게 질의가 쏟아졌지만,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PD수첩은 2014년 외국환거래법위반 공소 사실에 대해 당시 사건을 지휘한 검사로서 직권 남용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이두봉 인천지검장은 유우성 씨에 대한 기소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기소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우성 씨가 구치소에 갇히고 이후 9년이 지났다. 담당 검사 누구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유우성 씨의 사건은 무고한 사람에게 간첩죄를 덮어씌운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검사는 대통령실 비서관이 됐고 보복 기소를 한 검사는 검사장이 됐다. 유우성 씨는 여전히 대한민국이 정의를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
사회
PD수첩팀
[PD수첩] 새 정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과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 논란
[PD수첩] 새 정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과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 논란
입력 2022-06-21 22:49 |
수정 2022-06-21 22:49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