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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입력 2022-07-19 22:31 | 수정 2022-07-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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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 최근 한 네티즌의 구체적인 범행 도구 지목, 故 우철원 군 두개골의 X자 손상흔은 ‘버니어캘리퍼스’로 가격한 흔적과 흡사하단 주장
    - PD수첩의 범행도구 검증, 돼지 뼈와 생체 역학 테스트 블록으로 확인한 손상 흔적 비교
    - 경찰 수색에서 제외된 군부대 지역, 유골과 함께 발견된 탄두들과 250m 거리에 있었던 부대 사격장


    19일 밤 PD수첩 <와룡산에 묻힌 진실>에서는 2대 미제 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 소년 사건에 대해 취재했다. 2002년 9월 26일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가 등산객에 의해 발견된 지 20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소년들이 죽은 사인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고 '타살'과 '자연사'에 대한 논쟁이 분분하다. 사건 당시 소년들이 조난을 당해 저체온으로 사망했을 거라는 '자연사' 주장과 소년들의 두개골의 손상흔을 근거해 '타살'로 결론 내린 경북대학교 법의학팀. 하지만 당시에 범행 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 최근 한 네티즌이 X자 손상흔을 만든 범행 무기로 '버니어캘리퍼스라'라는 주장의 글을 올리며 타살에 대한 가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버니어캘리퍼스란 길이와 높이, 너비 등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자'의 일종으로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작성자의 주장은 이랬다. 와룡산에서 본드를 흡입하던 불량 학생들이 산에 오른 소년들을 목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버니어캘리퍼스로 개구리 소년들을 해쳤을 거란 내용. 제작진은 1991년 와룡산 인근 학교를 다닌 사람들을 수소문해 그 당시 본드가 유행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상황을 진술한 제보자 성민규(가명) 씨도 있었다. 그는 개구리 소년 사건 3일 전 와룡산에 반 친구들과 탄피를 주우러 갔다가 젊은 남성을 만났다. 남자는 칼을 꺼내 민규 씨와 친구들을 위협했다. "칼로 위협하고 얼차려 받고 한 번 더 눈에 띄면 죽인다고 해서" 혼비백산 도망쳤다는 그는 개구리 소년 실종 소식에 젊은 남성을 떠올렸다고 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박대균 순천향대 해부학교실 교수와 나주영 부산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설 검증을 진행했다. 사람의 두개골 강도와 비슷한 돼지머리뼈와 생체 역학 테스트 블록에 돼지껍질을 올려 내려칠 용접 망치와 돌, 니퍼, 쪽가위, 전지가위 등의 도구를 준비했다. 고 우철원 군의 두개골 X자 손상흔과 가장 유사한 흔적을 낸 도구는 버니어캘리퍼스와 전지가위로 확인됐다. 해당 흔적을 통해 X자 손상흔은 양날을 가진 도구들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다.
    [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소년들의 두개골에 난 손상흔이 도구로 인한 외력 때문에 생겼다는 입장이 있다면, 소년들의 유골 발견 당시부터 자연사를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됐던 와룡산은 해발고도 약 300미터. 소년들의 유골은 동쪽 능선에서 발견됐다. 사건 당시 대구경찰청 강력과장으로 수사계획 및 지휘를 한 김영규 씨. 그는 와룡산에 올랐던 소년들이 길을 잃은 상황에서 산속 비바람과 추위에 저체온증을 견디지 못해 사망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황현주 대구지방기상청 주무관에 따르면 사건 당일 비가 오기 시작한 건 오후 6시 20분. 그날 총강수량이 5.8mm 정도라고 설명했다. 황수남 대구지방기상청 기상사무관은 강수량에 대해 충분히 옷이 젖고 땅에 물고임이 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낮 최고기온은 영상 12.3도, 다음 날 새벽엔 체감온도가 영상 1.6도까지 떨어져 소년들이 산에 있었다면 밤새 추위에 떨었을 가능성은 있었다.

    김영규 전 대구경찰청 강력과장은 비바람에 모서리가 날카로운 돌들이 떨어지고 휘몰아쳐 소년들의 두개골에 손상을 입혔을 거라고 주장한다. 돌의 면면이 제각각이라 경찰과 국과수에서도 부합되는 공구를 찾지 못한 거라는 입장. 이에 대해 김문영 성균관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10대 초반의 청소년 두개골의 강도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두개골이 깨질 정도의 외력이 가해졌다면 누군가 힘을 주어 가했을 때 가능성이 높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된 와룡산 동쪽 지역의 발굴 작업 중에 탄피와 우유팩 안에서 각종 탄두 138개가 발견됐다. 유골 발견 장소와 군부대 사격장의 거리는 250m. 사격장은 당시 수색지역에서 제외됐다. 소년들이 실종된 당시 탐문 수사에서 경찰은 아이들이 탄두를 주우러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던 것. 당시 군 담당자는 사건 당일 부대활동 기록이 없고 사격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소년들의 죽음은 군과 관계가 없다는 것. 당시 법의학교실 교수들도 두개골의 흔적은 총알에 의한 흔적이 아니라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에 찾아온 한 제보자가 있었다. 제보자 김윤성(가명) 씨는 1993년 와룡산에서 신병 교육을 받았다. 그는 사격 훈련을 끝내고 차출돼 수동으로 타격대를 올리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곳에서 그가 보게 된 커다란 고무통, 그는 첫날 통 안에서 아이들 가방과 벨트를 봤고 다음 날 다른 고무통에서 붕대에 감겨 살점 없이 뼈만 있는 형상을 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기관병이 소리쳐 고무통 안을 길게 볼 수 없었던 그는 이후 통이 없어졌다고도 말했다. 당시 겪은 경험을 수사팀에도 제보했다는 그. 제작진은 해당 부대에 제보내용에 관해 물었다. 부대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저희 측과 관련돼 어떤 확인된 사실도 없기 때문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와룡산 군부대와 관련된 증언은 또 있었다.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된 1991년 3월 26일 오후 4시경에 소년들과 군인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건수 교수는 "아이들이 도롱뇽알을 줍고 있었고 빨간 모자 쓴 군인이 막 쫓아내고. 독수리 마크가 새겨진 모자를 쓴 교관은 아무래도 뭔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면 훈련하는 군인들과 동선이 겹치는" 거라며 왜 용의선상에 군인들은 조사가 안 됐는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PD수첩]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 분석, '타살'과 '자연사' 논쟁
    개구리 소년들을 목격한 지점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 보면 빨간 모자를 쓴 군인을 만난 지점은 사건 당시 수색에서 제외된 지역이었다. 김미영 진술분석가는 초동 수사에 탐문 수사의 영향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 진술이 믿을 만한지 아닌지를 판단해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게 사건 해결의 열쇠라는 것.

    2005년 개구리 소년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초기 경찰이 수사를 소홀히 했고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당시 현장에 과학수사계와 법의학팀이 도착하기 전, 파출소 직원이 확인을 위해 유골을 일부 발굴해 현장을 훼손했다는 것. 그러나 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와 유골 발굴과정에서 위법 사항은 없는 걸로 판결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종료됐다. 사건 당시 수색과 탐문 등의 초동수사에서 유골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면 오랜 시간 정확한 사인을 모르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공소시효는 만료됐지만, 현재 대구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이 2019년 9월 재수사를 시작했다. 사건 기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제보 및 증거물 재감정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개구리 소년 사건. 중요한 건 경찰 당국의 적극적인 수사의지와 국민들의 관심, 그리고 제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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