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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입력 2022-07-26 22:32 | 수정 2022-07-2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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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 임금을 과도하게 삭감한다는 주장, 최대 7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회사
    - 도입 취지와 달리 '임금피크제'가 퇴사를 종용하는 해고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의혹 주장


    26일 밤 PD수첩 <월급을 깎는 완벽한 방법?>에서는 2016년 법이 개정되며 시행된 정년 60세 연장법, 일명 '고령자고용법'을 배경으로 시행된 '임금피크제'에 대해 취재했다. 우리나라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다. 노동자의 정년을 보장하고 임금 피크(최고점) 되는 시점부터 임금을 낮게 조정하는 게 <임금피크제도>. 지난 5월 26일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삭감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결과가 공개됐다. 대법원은 회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것은 차별이라며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경영계는 고용불안을 부추긴다고 의견을 냈고 노동계는 삭감된 임금을 찾기 위한 각종 소송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돼 이번 대법원에서 판결한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나오듯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도 항상 위법한 게 아니라고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한편 임금피크제로 회사와 소송 중인 12명의 제보자가 PD수첩을 찾아왔다. 그들이 다니는 회사는 대형 보험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신용정보회사. 근무 중인 임직원만 6백여 명 규모인 이곳은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제보자들은 만 55세와 만 56세로 '임금피크제' 대상자. 그들은 제각기 임금 삭감률 50%와 60%를 적용받고 있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회사인 만큼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열 명의 평균 급여 삭감액은 월 2백만 원이 넘었다. 또한 회사 제도에 따르면 정년퇴직 전 마지막 2년 동안 70%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한 제보자는 70%의 임금 삭감률은 최저임금에도 미달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저임금은 보장해주겠지만, 매년 (임금) 100%씩 받는 게 정상이잖아요? 그런데 5년 동안 190%라면" 나머지 금액만큼 무료 봉사라는 주장이었다. PD수첩은 과도한 임금 삭감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해당 회사에 질문했다. 회사는 임금피크제 동의 절차에 과반수 동의가 있었고 현재 소송 진행으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임금피크제는 50대 중후반 나이에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더 젊은 나이에 임금피크제에 적용된 경우도 있었다. 대교에서 일하는 제보자 김진수(가명) 씨는 만 46세에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첫 해에 삭감된 임금은 30%. 2년 뒤 그의 임금은 7년 동안 절반이 삭감됐다. 어떻게 된 걸까. 대교는 학습지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영업 흑자를 내던 곳. 회사는 2009년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대상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승급을 하지 못한 '저성과자'도 포함하고 있었다. 회사가 정한 기간 동안 승급하지 못해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된 박정희 씨. 그의 실적은 전 직원 495명 중에서 상위 33.5%. 김진광 대교 노조위원장은 "(2012년) 직위 승급률이 6.4%"라며 6%에 못 들었다고 '저성과자'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절차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대교가 '임금피크제'에 대해 직원 동의를 구할 때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 박씨는 본부장 면담에서 "사직서를 썼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사직서를 안 내면 퇴직금 30%를 잃게 된다"라며 임금 삭감과 퇴직의 선택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대교의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 판결했다. 소송을 진행한 직원들은 삭감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고용 연장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취지와 다르게 인건비 삭감이나 퇴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교는 서면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2009년 근로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감소 및 효율성 저하로 불가피하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으나 부족한 측면이 있었고 2019년 이후 근로자 상생을 위해 근로시간 연동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기덕 변호사는 일부 사례에 대해 사실상 고령의 근로자들을 내쫓으려 한다고 판단했다.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정년 연장 제도하고는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법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경우도 있었다. 퇴직한 KT 직원 1,300여 명이 회사와 소송을 진행했다. 그들의 주장은 임금피크제로 인해 과도하게 임금이 삭감돼 손해를 입었다는 것. 201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KT의 최대 임금 삭감률은 40%. 다수의 기술직 노동자들은 업무량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임금만 깎였다고 호소했다. KT의 기존 정년은 만 58세로 법이 개정돼 정년이 2년 연장됐다. 2018년까지 회사의 '임금피크제'는 만 56세부터 4년간 적용돼 10%부터 40%까지 총 100%의 임금이 삭감됐다. 근로자들의 임금 1년 치가 삭감된 셈이었다. 근로자들은 회사와 노조 위원회의 밀실 합의를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 이에 대해서 PD수첩은 KT의 입장을 물었다. KT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을 위한 필요 조치라며 노사합의에 의해 적법하게 도입됐다고 답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 전 채용규모가 약 52% 증가했다는 입장.

    1심 재판부는 KT의 경우 법으로 정년이 연장되어 '임금피크제'가 실시됐기 때문에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견도 있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년이 늘어났기 때문에 임금을 조금 삭감해도 전체적인 수입에서 크게 손해를 본 게 아니라는 건 수입의 차원의 문제로만 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 "어떤 차별의 문제라든지 우리가 동일한 노동을 했는데 동일한 임금을 줘야 된다는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D수첩]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 임금피크제 적용 실태 기록
    임금피크제로 인해 심한 불이익을 당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피해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회사에 구제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나머지는 삭감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이었다. 사실상, 구제를 받을 유일한 해법이었다.

    지난해 1,886개 기업을 표본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효과 분석' 논문이 게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정규직이 낮아지고 비정규직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신규채용에서는 두드러진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공공기관의 신규채용도) 증가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많지 않고 점점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용철 소장은 "2, 3년 동안은 효과가 일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견해를 밝혔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나이가 임금 차별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작 이 혼란을 해결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지 20년. 공공기관에 도입한 지 6년이 지났다. 그간 쌓인 불만만큼 '임금피크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대법원에서 정당한 '임금피크제'의 기준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합당했는가와 노동자는 얼마나 불이익을 받았는지, 그만큼 업무량과 업무 강도가 줄었는지,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에 활용되었는지를 포함해 모두 네 가지였다. 하지만 임금을 언제부터 얼마나 줄여야 할지 정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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