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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입력 2022-08-02 22:30 | 수정 2022-08-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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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취임부터 3개월이 안 걸린 경찰국 신설, 장관 직접 통제로 수사권 장악 의혹
    - 경찰 77년 만에 첫 삭발식, 거리 시위에 나선 경찰들 ‘경찰국은 역사적 퇴행’ 주장

    2일 밤 PD수첩 <31년 만의 부활, 경찰국>에서는 방송 당일 정식 출범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5월 1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새로 취임했다. 이상민 장관은 취임식 당일부터 경찰 통제방안 마련을 위해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자문위원회에서 4차례의 회의를 거쳐 발표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이상민 장관은 6월 27일 행정안전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장관의 발표는 경찰 관련 조직인 경찰청 신설 등의 추진계획이었다.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발표에 경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경찰관서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은 삭발 시위에 나섰다. 경찰 역사 7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삭발에 참여한 민관기 청주흥덕경찰서 경위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과거 경찰은 정권의 하녀 역할을 한 수치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게 경찰국 신설을 철회해달라는 것. 이후 그는 세종시 행정안전부 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1948년 내무부장관 산하 치안국이 설치되었다. 내무부 장관의 사무에는 ‘치안’이 포함돼 있었고 당시 경찰은 불법 선거에 관여하며 시민을 탄압해 악명을 떨쳤다. 정부는 4.19 시민 혁명 이후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했지만, 5.16 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권은 ‘치안’을 다시 내무부 장관 사무에 포함시켰다. 이후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그해 여름 연세대생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다. 독재정권과 결탁한 경찰의 폭력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6.10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양영진 김해중부경찰서 경정은 경찰 중립화 역사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희생을 감수했던 국민들 덕분에 경찰이 내무부(행정안전부)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는 것. 1990년 12월 내무부 장관의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됐다.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찰청을 내무부 외청으로 독립시켰다. 이후 30년간 경찰청은 행안부 외청으로 치안사무를 맡아왔다.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현행 제도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을 통제하도록 돼있다. 그런데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청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 경찰들은 치안본부 시절 수많은 시민을 고문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고 길에서 삼보일배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 설치를 밀어붙였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에 ‘인사지원과’와 ‘총괄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를 두고 장관이 직접 지휘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지난 7월 23일 충남 아산의 경찰 인재개발원. 이곳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 서장이 주도해 이날 직접 참가한 총경은 56명, 화상으로 133명이 참가했고 전체 총경의 과반을 넘는 357명의 총경이 동참의 표시로 무궁화 꽃을 보내왔다. 류 총경은 회의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은 법률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것에 많은 동료 경찰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류 총경에게 경찰 지휘부는 대기발령 인사 조치를 내렸고 현장에 참석한 56명의 총경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총경들은 따로 소명할 시간도 절차도 없었다. 류 총경은 삼 일 후 경찰청장 후보자와 식사하며 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전달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갑작스럽게 대기발령이 되었다며 경찰청장 후보자의 뜻인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 의심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경찰 지휘부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정부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주도하는 조직 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건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휴일에 관외 여행 신고 등의 절차를 밟아서 모인 경찰관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하자 경찰관들은 격렬한 방응을 보였다. 국회에서도 이상민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주민 국회의원은 (총경들의) 의견 수렴 정도도 금지된 집단행동이냐며, 한상대 검찰총장을 물러나라고 모였던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적법한지 물었다. 이상민 장관은 그것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2년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평검사 회의 외에도 검사 회의가 열린 건 2003년 이후 총 6차례. 하지만 그들에 대한 징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본인이 후보자로 지명받은 당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이라는 것이 통과되는 상황이었고 그때 (경찰 통제에) 생각을 굳혔다고 밝혔다. 또한 장관은 역대 정부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경찰을 직접 지휘, 통제해 행안부를 ‘패싱’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민정수석실을 폐지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행안부 경찰국 설치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상민 장관은 “헌법과 법률에서 명한 행정 지휘 시스템으로 옮겨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 이런 행정체계를 갖춰 나자고” 말했다. 장관은 이 과정이 비정상을 정상화로 바꾸고 불법을 합법으로 되돌리는 현 정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장을 지휘하기 위해 지휘 규칙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체계에서 경찰의 중요 정책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행안부 장관의 지휘 규칙이 국가경찰위원회의 역할과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상민 장관은 (약칭 경찰법) “제7조에 의해 국가경찰위원회는 행안부 장관의 자문위원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법률상 심의 의결기구다. 위원회가 자문기관으로 폄하된 이유를 이창민 경찰개혁네트워크 변호사는 “권한을 부여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까지는 그 작업을 하지 않은” 거라며 “경찰력을 이용해야 했었기 때문에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며칠 후 국가경찰위원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소속 청장 지휘규칙은 절차상 하자가 있고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국가경찰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2017년 활동했던 경찰개혁위원회도 실질화를 권고했고 국가경찰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니 우리가 역할을 하겠다는 건 지나친 오버”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된 상황을 고려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수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PD수첩은 행안부 장관에게 인사권을 장악으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물었다. 이상민 장관은 이에 대해 경찰청장의 추천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 감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대정부질문 당시 이상민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수사하지 않은 사건이 꽤 있다거나, 중요한 범죄의 수사에 장관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여당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수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권은희 국회의원은 “실제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위에서 들었던 말은 ‘이게 죄가 되겠어?’ 이거는 ‘이제 수사 대충하고 덮어라’ 이거거든요. 그래서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는 정치인 장관이 중립성을 요구하는 공권력에 장악하는 건 위험하고, 부당 개입이 대단히 쉽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중립을 지키지 못할 때 그 피해는 시민들이 당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쌍용자동차 폭력진압과 백남기 농민 사건. 그리고 송전탑 설치 반대로 농성을 하던 밀양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사건이 여기에 해당됐다.
    [PD수첩] 속전속결 경찰국 출범과 일선 경찰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
    지난 7월 26일 경찰국 설치 시행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통상 입법예고 기간이 40일이지만 경찰국 문제는 4일 동안 예고하는데 그쳤다. 8월 2일 행안부 경찰국은 출범했다. 그동안 경찰 통제와 관련해 국회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가경찰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현 정부는 경찰국을 설치해 행안부 장관이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경찰국 시행령 통과가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분명한 건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국에 대해 경찰이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반대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6.10 민주화 항쟁으로 얻은 중요한 성과가 경찰이에요. 경찰을 정치적으로 중립화시킬 수 있게끔 제도화한 건 굉장히 중요한 성과”라고 밝힌 그는 성과가 반 밖에 안 된다면 노력을 해야지 도록 환원시켜 버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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