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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입력 2022-08-25 15:29 | 수정 2022-08-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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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법령의 한계를 넘는 시행령은 위헌이자 위법이다"

    검찰 수사권의 원상 복구,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경찰이 낸 공식입장 첫 문장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및 시행규칙 폐지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습니다.

    표지와 목차를 포함해 A4용지 35쪽 분량의 이 의견서에는, 법무부가 개정을 예고한 '검수원복' 시행령안을 "전부 수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내용을 훑어보면 시행령 개정안을 조문별로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위헌이고 위법이므로 무효"라든가, "이른바 검수완박법의 취지를 명백하게 부정하는 것"이라고 적는 등 강한 수위의 검토 의견이 담겼습니다.

    해당 문건은 경찰 직장협의회나 노동조합 등 최근 들어 정부와 강하게 대립해 온 경찰 내부 단체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아니라, 경찰청 본청이 법무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한 문건입니다.
    "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검수원복은 무엇?‥"모든 범죄 → 6대범죄 → 2대범죄 → 원상복구"

    지난 10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검찰 수사권 재확대 시행령은 쉽게 말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법을 기존 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경찰과 검찰은 각자 범죄를 발굴하거나 소장을 접수받아 수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나 피해자가 누군가를 고발할 때도 지역 경찰서든, 서울경찰청이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든, 대검찰청이든 원하는 기관을 골라서 고발장을 접수하고는 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수사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도 왕왕 볼 수 있었습니다.

    제한이 없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검찰개혁으로 급격히 좁아졌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은 '6대 범죄'로 불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중요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됐고, 올해 9월부터는 그마저도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중요 범죄" 외에는 수사 개시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에 개정 예고한 시행령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뒤에 '~등'이 붙은 것을 근거로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특히 검수완박 당시 삭제된 '공직자 범죄'를 '부패 범죄'로, '방위사업 범죄'를 '경제 범죄'로 분류하는 방식을 써 검찰의 권한을 사실상 원상복구했습니다.

    ①입법취지 ②국어사전 ③별건수사‥경찰의 '항소이유서'

    경찰은 바로 이 지점을 '검수원복 위헌'의 가장 큰 근거로 들었습니다.

    검수완박 당시 여야와 법무부는 상호 협의를 거쳐 기존에 있던 항목 4개를 없애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구태여 없앤 항목들을 시행령에서 죄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분류해 버리면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효과를 냅니다. 이것은 법률이 위임한 시행령의 역할을 일탈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에서 '~등(等)'이라는 표현을 놓고도 경찰은 다른 해석을 제시합니다. 경찰은 표준국어대사전 낱말 정의까지 언급하면서 "대상을 열거한 뒤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로서 '~등'을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경찰과 달리 '~등'이라는 표현의 뜻을 "같은 종류의 것이 '추가로'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로 해석하면서, 그에 따라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범죄' '검사에게만 고발하도록 한 범죄'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이를 두고 "시행령에서 새로 추가된 범죄 유형이 부패·경제범죄와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밖에도, 개정 시행령은 검찰이 경찰에게서 넘겨받은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일 경우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여기서 '직접 관련성'이란 ①범인 ②범죄사실 ③증거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을 공통분모로 두면 충족이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전혀 별개의 사건을 진술하더라도 '범인이 같다'는 이유로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해지는 등, 아주 작은 관련성만 인정돼도 얼마든지 별건수사가 가능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경찰국' 신설에도 어떻게 반기 들었나?‥경찰청장 의중은?

    경찰청의 공식 의견서를 검토하니, 행안부 산하 경찰국까지 신설된 마당에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위의 의견서가 법무부에 전달된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취재 결과, 경찰청은 행안부 경찰국에는 이번 문건을 별도로 보고하거나 결재를 맡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이 법령을 검토하는 데 행안부의 개입이나 동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 마크가 찍힌 채 경찰청의 공식 입장으로 법무부에 전달된 문건인 만큼,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의 의중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취재 결과 윤 청장이 해당 문건을 사전에 보고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윤 청장이 문건을 읽고 무슨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들은 윤 청장이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이긴 하지만 맹목적으로 '검수원복'에 찬성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윤 청장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 출석한 자리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관련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 내부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경찰청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검수원복은 위헌·위법" 법무부 시행령 정면 비판한 경찰
    경찰이 정면충돌? "시작은 법무부가 했는데‥"

    어쨌든 정부기관인 경찰청이 상급 기관인 법무부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는 정당성이나 명분을 떠나 조직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의견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논란은 법무부로부터 시작됐다"는 내부 기류가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시행령이 모법(母法)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만큼 "이치를 거스르는 행위를 있는 그대로 지적하는 것은 마땅하다"는 겁니다.

    다만 경찰이 의견서 제출 수준을 넘어 추가적으로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 반대 움직임을 더해나갈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법무부 역시 경찰청의 의견서를 접수만 했을 뿐 제출된 의견서에 대한 의견을 경찰에 전달하거나 논의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수원복 시행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검수완박법과) 충돌한다는 것인지 지적을 못 하고 있다"며 "규정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밝혀, 불거진 논란에도 시행령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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