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서 마트까지 곳곳 출몰‥흰색 번호판의 중형차
올해 초, 경기 광주시 외곽의 한 보습학원 앞.
한 남성이 운전하는 검은 중형차에, 학원 수업을 마친 여학생이 올라탑니다.
그런데 얼마 뒤, 이 남성과 중형차는 광주시내 한 대형마트 앞에도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중년의 부부가 나타나더니, 마트에서 구매한 생필품을 잔뜩 넣은 상자를 싣고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얼핏 고급 택시처럼 보이는 이 차량.
그런데 자세히 보니, 뒤에 달린 번호판이 유상운송 사업자를 의미하는 '노란색'이 아닙니다.
흰색 번호판의 이 차량은 현행법상 유상운송을 할 수 없는 자가용입니다.
운송면허 없이 일명 '콜뛰기'라고 불리는 불법운송 영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잠복수사에 나선 특별사법경찰단이 아예 콜뛰기 업자들을 직접 불러봤습니다.
어김없이 아파트 단지에 나타난 이 차량.
내부에는 '콜뛰기'로 벌어들인 수십 만원의 현금 다발은 물론
차량 배차 지령이 내려지는 무전기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적발된 남성은 불법 '콜뛰기' 영업으로만 전과가 12범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구속돼 6개월간 감옥 생활을 하다 출소한 뒤에도 다시 콜뛰기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평택에서도 승합차를 이용해 콜뛰기 영업을 하던 남성이 특사경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도 불법영업으로 전과 3범이었는데,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또다시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통취약지 '콜뛰기' 기승‥강력범죄 노출 우려도
왜 경기도 광주와 평택 등지에서 '콜뛰기' 영업이 성행하는 것일까요?
본래 '콜뛰기'라고 불리는 불법 택시영업은 밤 늦은 시각, 주요 기차역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밤중 막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부천 만 원, 인천 이만 원"을 외치는 승합차 또는 고급 승용차가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신 적 있으시지요.
하지만 지자체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런 불법 유상운송은 음지로 숨어들었습니다.
때마침 코로나19로 택시기사들이 배달업으로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특사경 관계자에 따르면 택시를 잡는 곳이 서울 시내나 경기 신도시권인 경우, 그나마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기가 편리한 편입니다.
하지만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 택시를 부를 경우, 시청이나 기차역이 있는 도심이 아니면 먼 거리의 택시가 올 때까지 꼼짝없이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콜뛰기' 조직은 바로 이런 지역의 이동 수요를 파고들었습니다.
메신저를 통해 호출을 받는 불법 콜뛰기 업자들은 지역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고급 승용차나 SUV, 승합차 등을 이용해 쾌적한 승차감을 주면서도 요금은 일반 택시 수준으로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승객들이 강력범죄나 교통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평택에서 붙잡힌 또다른 남성의 경우 평택 외곽의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콜뛰기 영업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수사관들이 신원을 조회해보니 준강제추행 등 성폭력전과 2범, 폭행 등 폭력전과 4범으로 다수의 강력범죄 전과가 발견됐고, 음주운전과 부상사고 뺑소니 등 도로교통 전과도 2범이었습니다.
김민헌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택시의 경우 운행 자격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만, 불법 콜뛰기 기사들은 신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아홉 달동안 여객자동차 및 화물자동차 불법 유상운송 기획수사를 벌인 경기도는 운전기사 17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12명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영상제공: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 과학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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