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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M] "저금리" 불법광고 혹했다가‥고금리 시대 수천 명 '빚폭탄'

[영상M] "저금리" 불법광고 혹했다가‥고금리 시대 수천 명 '빚폭탄'
입력 2022-10-27 16:23 | 수정 2022-10-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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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 대환대출, 연이율 2,000%라고?


    지난해 12월, 서울 창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안방에 놓인 금고 두 개를 열자, 돈다발과 함께 서류봉투 수십 개가 나왔습니다.

    서류봉투에는 30대에서 50대까지의 남녀가 작성한 '저금리 대환대출 계약서' 수십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 대화]
    "<확인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놔!> 여기 있는 거 다 뺄게요."

    이 금고의 주인은 자칭 '컨설팅회사 운영자'인 33살 남성.

    업종 등록만 '컨설팅'이었을 뿐 실제로는 불법 대부업을 하다가 적발됐습니다.

    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 주겠다"고 접근한 뒤, 미등록 '고리대금업'을 한 겁니다.

    이 남성이 운영한 불법 대부업체가 받아챙긴 이자는 연이율로 최대 2천 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남성의 꾀임에 넘어간 피해자는 3년간 2천3백여 명.

    이 업체가 챙긴 수익금도 무려 180억 원에 달합니다.

    '저금리 대출'과 '고리대금업'은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두 개념을 연결해 범행에 활용한 것일까요?
    [영상M] "저금리" 불법광고 혹했다가‥고금리 시대 수천 명 '빚폭탄'
    햇살론·서민대출 믿고 '덜컥'‥단시간에 15% 떼어가


    SNS에 접속해보면 '햇살론' '서민대출' 등 공식 복지서비스 명칭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대출광고를 자주 보실 겁니다.

    정부의 태극문양을 변형해 쓰거나 방송사의 뉴스 화면처럼 교묘하게 광고를 디자인하는 방식인데요.

    그러다 보니 공신력이 있는 곳에서 내보내는 광고처럼 오인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①이런 SNS 광고를 전담하는 홍보업체와 ②불법 고금리 대출을 전담하는 (자칭)컨설팅 업체를 각각 세웠습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광고하며 대출 신청자들을 끌어모았는데요.

    코로나19 영업제한 등으로 급전이 필요하지만 돈줄이 막힌 소상공인들이 대거 몰렸다고 합니다.

    신청자들은 신용점수가 낮다 보니 고금리 이자에 허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불법 대부업 일당은 "기존의 빚을 갚을 자금을 빌려줄 테니, 빚을 갚아서 신용점수가 높아지면 그때 저금리의 대출을 새로 받으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런 수법을 일명 '통대환대출'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책정한 대출 이자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입니다.

    고금리 대출을 갚고, 신용점수가 향상되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짧은 기간 동안 원금의 15% 안팎을 이자 명목으로 떼어갔습니다.

    보름 만에 15%를 떼여 연이율로 치면 2,000%에 달하는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대부업을 하려면 관할 시도에 등록을 해야 하고,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이상 이자를 요구해선 안 됩니다.

    이들의 대환대출 영업은 그 자체로 미등록·불법이므로 처벌 대상입니다.
    [영상M] "저금리" 불법광고 혹했다가‥고금리 시대 수천 명 '빚폭탄'
    "저금리면 좋은 거 아닌가요?"‥오히려 '빚의 악순환' 빠진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에선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돈을 좀 뜯겨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면, 아무튼 나에겐 이득 아닐까?'

    대부분의 피해자들도 이런 상담전화에 혹해 해당 업자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대출 원금이 갑자기 15% 안팎으로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대출 기간도 본래보다 길어진 상황에서, 최근 금리가 급상승하면서 되레 부담이 커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부업체에 5천8백만 원의 빚을 진 37살 여성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업자들에게 2개월 만에 870만 원의 이자를 냈는데, 이 과정에서 대출원금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 여성은 본래 매달 110만 원가량의 원리금을 꾸준히 갚고 있었는데요.

    이젠 원금을 빼고 이자로만 월 100만 원씩을 내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연장이 거절되면 일시에 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 같은 불법 고리대금업체를 운영한 33살 남성을 구속해 수사한 뒤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대출상담과 사무보조 등 역할을 하며 범행을 도운 직원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길 방침입니다.

    경찰은 또 구속된 남성을 비롯한 상위 직급의 관리자 3명의 차량, 채권, 부동산, 범행자금 등을 추징보전 신청해 36억 원을 동결했습니다.

    범죄수익을 동결할 권한이 경찰에 부여된 이후 단일 사금융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경찰은 이 같은 대환대출을 잘못 이용했다가는 대출 원금만 늘고 이자 부담이 가중돼 또 다른 대출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사회초년생과 소상공인 등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영상제공: 서울 마포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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