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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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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입력 2022-11-12 10:25 | 수정 2022-11-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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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영장 내용이 바로 언론으로… 유독 '한 사건'만…?

    검찰이 누군가를 처벌해달라며 법원에 내는 서류를 '공소장'이라고 합니다. 형사재판을 개시하는 문서입니다. 누군가를 체포하거나 증거를 확보할 때는 '체포영장', '압수수색검증영장'으로 법원 허락을 받습니다. 아예 인신을 구속할 때는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공소장과 영장에는 검찰의 수사 내용이 집약적으로 요약돼 있습니다. 범죄로 의심되는 행위들, 왜 그런 의심을 받는지 진술과 확보된 증거들이 담겼습니다. 검찰이 고르고 골라 쓴 문장 하나하나는 수사나 재판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기자 입장에선 공소장이나 영장을 대놓고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재판 이전 수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을 공개하는 걸 금지합니다. 의심만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혀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검찰 또한 보안을 극도로 신경 씁니다.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 내용이 미리 샌다면 수사 대상자가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사건 수사에선 이 '거의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이나 체포 직후 영장 내용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는 겁니다. 공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건일까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에 대한 수사 얘기입니다.
    [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예민한 제1야당 대표 수사인데, 영장 내용이 어떻게?

    제1야당의 대표를 겨눈 수사, 다른 어떤 사건보다 예민할 겁니다. 내용 하나하나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게 뻔합니다. 그런데 왜 영장과 공소장 내용이 바로바로 보도되는 걸까요?

    역설적으로 정치권 수사여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기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일상적입니다. 민주당은 무리한 수사란 걸 알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영장을 제시하면 가장 먼저 읽는 게 민주당입니다. 수사 상황이 빨리 알려진 이유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번 수사가 자세히 보도되는 게 좋습니다. 역시 파악한 내용을 빨리 알렸을 겁니다.

    서초동에서 만들어진 영장과 공소장 조각조각들이, 여의도를 거쳐, 다시 서초동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알려진 모양새입니다. 물론 검찰에서 취재되거나 검찰에서 새어나간 내용도 있을 겁니다. 다만, 영장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된 데에는 정치권 사건이라는 특유의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영화 같은 대사까지…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 "그 양반 미쳤구만…"

    MBC도 여러 경로를 통해 영장과 공소장을 확보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유착관계를 형성한 공직자가 특혜를 주고, 민간업자의 개발이익을 불법 공유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런 검찰의 시각은 영장과 공소장 전반에 담겨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아주 구체적인 대화까지 영장에 적혔다는 겁니다. 마치 범죄영화 속에 나올 법한 대사들인데요. 몇 대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난 2015년 6월 대장동 개발이 시작되던 무렵
    김만배 (천화동인1호 대주주) :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

    #2. 5년여 뒤인 2020년 10월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본부장 : 김만배가 돈을 지급할 방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정진상 당시 경기도 정책보좌관 : 이 양반(김만배), 미쳤구만.

    검찰은 몇 달의 수사 기록, 수천 쪽의 진술 중 이 대화들을 굳이 영장에 담았습니다. 유동규·김용·정진상 세 명이 지분을 나누기로 약속했다는 게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의 진술을 통해 대화를 재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의 다른 한편인 정진상 실장은 조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 입장에선 구체적인 '저수지' 표현까지 넣어 '지분 약속'을 더 설득력 있게 주장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34쪽 분량의 압수수색영장… 3분의 1은 '정치적 공동체' 설명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영장은 34쪽이나 됩니다. 검찰은 상당 부분을 범죄사실이 아닌 범죄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들의 관계, 바로 "공직자와 민간업자 사이 유착관계"입니다.

    검찰은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을 이재명 대표가 선거에 당선되면 공직에 임명되는 사람으로 설명했습니다. 유동규 전 본부장 역시 이 대표의 당선을 위해 매번 열심히 활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당선돼야 직책을 얻어 일하는 사람들. 검찰은 이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욱 변호사가 정진상 실장에게 4억 원을 건넸다고도 영장에 적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그해 5월, 김만배 씨가 한 종교단체 인사들을 동원해 선거를 도왔고 정진상 실장에게 보고됐다고도 적었습니다. 모두 '정치적 공동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는 데 관여했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이 대표가 돈 받은 걸 알았는지도 불확실합니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 이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체'였다는 게 영장과 공소장에 드러나는 검찰의 시각입니다.
    [서초동M본부] "저수지 넣어뒀다"‥'깨알 대사' 영장이 예고한 다음 수순은?
    "428억 원 약정설 허구"… 다음 주 소환 조사는 '예고편'일 뿐

    영장과 공소장 내용이 알려지자,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정진상 실장은 "부정한 돈을 받거나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적 없고, 428억 원 약정설은 허구"라고 밝혔습니다.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이익을 분배받기로 하거나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민주당도 아무 증거도 없는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진상 실장이 과거 성남시민모임에서 활동했고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적혔습니다. 민주당에 따르면 정 실장은 성남시민모임에서도, 이재명 변호사의 사무실에서도 일한 적이 없습니다. 기초적인 사실조차 틀렸다는 겁니다.

    특히 '428억 원 약정' 주장은 대장동 재판에서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과도 배치됩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유동규 전 본부장은 남욱 변호사에게 뇌물을 요구하며 "2층이 알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2층은 바로 성남시청 비서실, 즉 정진상 실장 모르게 뇌물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428억 원 뇌물을 공유한 사이라는 검찰 주장과는 상반된 정황입니다.

    여러 반론에도 검찰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줄 만큼 진술과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진상 실장은 "모두 허구다. 떳떳하게 조사에 응하겠다"고 합니다. 다음 주 초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은 모두 '예고편'일 겁니다. 검찰은 이미 공소장과 영장을 통해 그다음 순서가 누구인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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