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월 11일, 새해 두 번째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습니다.
다른 앞선 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발사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이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는데 지난 5일 시험 때와 비교하면 비행거리도 7백Km에서 1천 Km로 늘었고, 발사 후 6백 Km 지점에서 7m 길이의 활공비행체가 분리되면서 240Km 정도를 선회기동했다는 내용입니다.
속도도 음속의 10배인 마하 10에 달하고, 목표물을 타격하기 직전 이른바 '회피기동'도 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 실험'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눈에 띄는 건 '최종시험'이라고 표현한 대목입니다.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기술적 특성을 최종확증'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이 목적을 달성했다는 거죠. '최종시험' 장소엔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한 건 거의 2년 만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작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면서 핵심 5대 과업을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최우선에 두고 작년 9월부터 발사 시험을 해왔고 3번째 시험에서 '개발 성공'을 선언한 거죠.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러시아나 중국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러시아와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에서 미국 추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서 지금 선두에 선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이미 상당량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이미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 등 서방과 대치하던 작년 12월 15일, 러시아는 '치르콘'이라고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이건 미국에 대한 협박이나 무력시위로 받아들여졌죠. '치르콘'은 이미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고 보도됐는데 푸틴 대통령은 최고 속도 마하 9, 사거리는 1,000Km라고 밝혔습니다.
이 즈음인 작년 11월 25일, 중국 우첸 국방부 대변인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17 미사일의 배치를 상당수 완료했다고 말했습니다.
둥펑-17은 최대 마하 10의 속도로 2천Km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작년 7월과 8월 중국은 2차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했는데 이때 미국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의 충격이 비교할 정도였으니 극초음속 무기 분야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뒤처진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어느 수준일까?>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 탑재형 미사일로 나뉩니다.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발사부터 초음속 비행을 하는 방식의 미사일이고, 극초음속 활공체 탑재형 미사일은 대기권까지 올라갔다가 활공체가 분리되면서 이게 다시 내려와서 날아가는 방식입니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낮게 날아가며 요격미사일을 피해 비행경로를 바꾸는 '회피기동'이 가능하죠. 당연히 MD 같은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어디든 한 시간 내 타격이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만 성공했는데, 북한이 개발에 성공했다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이런 방식의 초기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사거리 1,000Km에 마하 10 정도의 속도라면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던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은 미사일을 위성 궤도에 쏘아 올려 지구를 돌다가 특정 지점에서 하강하며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입니다.
궤도를 한바퀴 다 돌기 전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때문에 부분궤도폭격이라고 합니다.
궤도를 한 바퀴 다 돌면 정식 궤도비행으로 간주하고, 이건 대량파괴무기의 궤도 비행을 금지한 1967년 우주 조약에 저촉됩니다.
이런 도저히 막기 어려운 극초음속 무기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말 그대로 게임체인저가 되기 때문에 극초음속 무기가 국제 정세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됩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군사력이 열세인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당연할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과시하던 지난 10월, 미국은 알래스카에서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을 하다가 '부스터 로켓'이 오작동하면서 시험에 실패했습니다.
미군 내부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같은데 돈을 쓰다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뒤처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죠.
<극초음속 미사일과 일본의 군비 강화>
지난 북한의 2차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틀 뒤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양측은 극초음속 무기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법 등 방위 기술 연구와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본은 음속의 6배 속도로 날아가는 '레일건'을 실용화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레일건은 전기가 통하는 레일에 탄을 놓고 전자력의 원리로 연속 발사하는 무기인데 미국 등 각국이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실전에 배치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일본과 미국 연구진이 협력하면 누구보다도 앞서고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에서 일본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했습니다.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일본의 선언에 대해 미국은 '환영한다'고 화답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적으로 협력하면서 극초음속미사일을 잇달아 개발하는 상황이 미국을 자극하면서 일본의 군비 증강에도 또 다른 명분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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