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비극‥의자에 앉은 채 숨진 노인 2년 만에 발견]
초고령 사회 이탈리아에서 독거노인이 의자에 앉은 채 숨진 뒤 2년 넘게 홀로 방치됐다가 미라가 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꼬모현의 한 주택에서 경찰이 70세 여성 마리넬라 베레타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지역에 불어닥친 강풍 탓에 정원의 나무가 뽑혀 나갈 위험이 있다고 본 경찰이 집주인을 만나려고 집에 들어갔다가 시신을 찾았습니다.
식탁 의자에 앉은 채 발견된 베레타의 시신은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사 당국 '고독사' 가능성 염두에 두고 수사 진행]
현장에서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단서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아 수사 당국은 고독사에 무게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리타에게는 돌봐 줄 친인척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웃들은 그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자취를 감췄으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덮친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한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비극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누구도 홀로 내버려져서는 안 된다"]
여성·가족 등 분야를 담당하는 엘레나 보네티 기회균등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고독한 이들이 방치돼 일어난 사건에 마음이 아프다"며 "누구도 홀로 내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적었습니다.
현지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도 1면에 사설을 싣고 "베레타는 '의인화한 고독'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도 농경사회 때 분주하던 집성촌의 기억이 남아있는데 그때는 연대가 있었고 사람들은 서로 돌봤다"며 "현대 가족은 축소돼 배우자나 자식이 없으면 베레타처럼 혼자 죽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일간지 '일 메사제로'도 "닫혀 있는 작은 집의 문 너머 그간 보이지 않았던 베레타의 삶에 얽힌 미스터리는 우리에게 끔찍한 교훈을 알려준다"고 지적했습니다.
2018년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중 40%가량이 홀로 살고 있으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친인척이 없다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2.8%로 28.2%인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이탈리아는 일본, 독일 등과 함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표 국가로 꼽히고, 한국도 몇 년 안에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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