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외교관들, 러시아 침공 위협에 우크라이나 서부로 이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뉴스 사이트 노보예브레먀는 39개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영공이 조만간 폐쇄될 수 있어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전쟁 발발 이후에는 탈출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민에게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으며 외교관도 소규모 필수 조직만을 남기고 본국으로 복귀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우크라이나에 남은 서방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떠나 서부 도시 리비우로 이동했습니다.
이 때문에 리비우에서는 임시 거처를 찾아 몰려든 외교관과 사업가로 인해 호텔과 사무실들이 성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 감시 담당 직원들도 철수시켰습니다.
[일본,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 대피 명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일본도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13일 밤 극소수를 제외하고 현지의 일본 대사관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고 일본 방송 NHK가 14일 보도했습니다.
이번 대피 명령으로 일부 외교관만 우크라이나에 남을 예정이라고 NHK는 덧붙였습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험 정보 단계를 가장 높은 레벨4의 `대피 권고`로 올린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약 150명의 일본인에 대해서도 즉시 국외로 피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사태가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머무는 이들은 가장 안전한 수단으로 즉각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전날 트위터에 "국무부가 긴급한 임무가 없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인력을 `최적화`한다면서 일부 직원의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 "서방이 과잉대응" 불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이 과잉대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경고가 우크라이나를 공황 상태로 만들고 경제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크라이나의 영공이 폐쇄될 수 있다는 소식에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제재를 받는 것 같다는 불평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 도시 오데사에 머무는 미국인 조지프 데이비스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를 떠나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명령은 아니었지만 매우 강력한 권고였다"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전쟁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생각하며,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도시에 있기에 일단은 남아 있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갈 곳이 없다"]
우크라이나 반부패행동센터의 다리아 칼레니우크 사무총장은 "서방 시민들은 떠나라고 명령받았지만 우리는 갈 곳이 없다"며 "보통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방 국가에서 자국민을 탈출시킬 만큼 러시아가 침공할 확실한 증거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노르트 스트림-2를 멈추고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국민들을 탈출시킬 충분히 강력한 정보가 있다면 지금 당장 러시아에 강경한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자국 외교관과 직원들을 대피시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키예프에서 일했던 전직 유럽 외교관 데이비드 스툴리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심지어 키예프까지 들어오더라도 서방의 대사관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들을 추격하지는 않을 것이며 모든 대사관은 계속해서 그들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번 탈출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일시적인 예방책이라는 점은 인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우리 국민 280여명 현지에 체류..전세기 신청자는 거의 없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오늘(14일) 오전 기준, 281명의 우리 국민이 현지에 체류 중이라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어젯밤 306명이 체류했던 것과 비교해 25명이 줄어들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부터 이틀 동안 교민 100명 정도가 추가로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한국 대사관에서 전세기 수요를 조사했지만 신청자가 몇 명 안 돼 추진하기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까지 하늘길이 막히지 않아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비행기 예약을 끝냈기 때문인 걸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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