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금융 핵무기'로 여겨지는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충격 완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진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교역에서 CIPS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CPIS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자 2015년 만든 독자적인 국제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입니다.
중국의 금융 중심인 상하이에 있는 CIPS의 운영 법인인 '국경간은행지급청산공사'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감독을 받습니다.
1대 주주는 지분율 15.7%를 소유한 인민은행 산하 국제청산센터입니다.
출범 당시 참여 기관은 중국 은행 11곳과 도이체방크, HSBC, BNP파리바, 오스트레일리아앤뉴질랜드뱅크 등 외국 은행 8곳이었습니다.
현재 참여 기관은 103개 국가의 1천28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중 75곳은 '직접 참여 기관', 나머지 1천205곳은 '간접 참여 기관'입니다.
작년 1∼11월 CIPS 거래 건수는 268만 건, 거래 금액은 64조 위안, 약 1경2천20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64% 증가했습니다.
SCMP는 "CIPS는 600여곳에 가까운 중국 은행을 포함해 200개 국가·지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스위프트보다는 훨씬 작다"면서도 "CIPS가 스위트프 등 미국이 통제하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금융기관의 스위프트 접근이 제약되면 향후 러시아와 중국이 경제 관계 유지를 위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CIPS의 역할이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크림 합병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이후 국제 결제를 위한 메신저 망인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참여 외국 기관은 10여개에 그쳐 중국의 CIPS만큼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이미 13.1%에 달해 세계 주요국보다 높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액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14년까지만 해도 3.1%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7%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대러 경제 제재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정상적 경제 교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왕융리 중국 하이왕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매체 차이신 기고문에서 "스위프트가 러시아와 자금 교류를 차단한다면 스위프트 대체재가 나타나는 것을 촉진해 달러화와 유로화의 국제적 위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계가 심각하게 분열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 진영을 형성하게 되면 경제 세계화 발전에도 극심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간 '위안화 직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면서 루블화의 폭락 와중에도 위안화는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날 중국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0위안까지 내려가 2018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는 CIPS조차도 미국 주도의 스위프트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완벽한 스위프트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스위프트의 첫 중국 측 이사를 지낸 왕융리는 "CIPS는 주로 자금 계정 시스템으로서 국제 지급청산 과정에서 자금 흐름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 (국제 금융 거래를 위한) 메시징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아직 스위프트와 연계될 때에만 국제 지급청산 업무를 완전하게 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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