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이 석탄 생산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간 중국은 탄소 배출 저감 차원에서 석탄 사용 억제 정책을 펴왔는데 장기적 환경 목표보다는 당면한 경제 안보 지키기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조정하는 모습입니다.
8일 관영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경제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롄웨이량 부주임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원유, 천연가스의 외부 도입 비율이 비교적 높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내 석탄 생산 증대와 비축 확대를 통해 에너지 수급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선 석탄, 원유, 천연가스 생산을 늘려나가는 한편 사막과 황무지 지역에 풍력·태양광 복합 발전 단지 건설을 늘리는 등 청정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에너지 수급 불안 사태에 대비해 석탄과 천연가스 비축량을 각각 2억t, 50억㎥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롄 부주임은 중국이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전력과 천연가스 (대민) 공급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보장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전국 31개 성급 행정구역 중 최소 20곳에서 산업용 전기를 중심으로 제한 송전이 이어져 제조업 생산에 큰 차질이 빚는 등 전력 대란을 겪었는데 올해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등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 의지를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석탄이 가장 유연한 대처 카드라는 점에서 중국의 올해 에너지 증산 계획은 석탄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도 2021년 중국의 전체 전력 생산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미만입니다.
시 주석이 2020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최우선 국정 기조로 삼았고 이후 석탄 생산량은 점진적 감소 추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전력 대란으로 인한 민심 악화와 산업 충격에 놀란 중국 당국은 석탄 증산 명령을 내렸고 작년 10월부터는 다시 석탄 생산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작년 석탄 생산량은 40억7천만t으로 전년 대비 4.7%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석탄 자원은 풍부한 편이지만 석유와 천연가스는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거대한 수요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5억1천만t의 원유를 수입해 해외 의존도가 72%에 달했습니다.
인허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천687억㎥의 천연가스를 수입해 해외 의존도가 44.3%였습니다.
중국의 주요 가스 수입 대상국은 호주, 미국, 타지키스탄, 러시아 등으로, 연간 천연가스 수입 규모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러시아 가스 수입 규모를 웃돕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원유와 천연가스 도입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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