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간으로 어제(10일), 우크라이나에서 박쥐를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가 진행됐고, 이 연구는 미국이 자금을 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연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이동하는 야생 조류를 통해 질병을 확산시키는 것과 관련된 연구라고 발표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것은 평화로운 실험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러시아는 앞서 계속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한 흔적을 찾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난 7일에도 미국의 자금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의 생물학 연구소에서 탄저병, 콜레라 등 치명적인 병원체들이 연구됐고, 최근 긴급히 파괴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타스 통신은 미국의 실험실 지원은 200만 달러(한화 약 24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미 "러, 노골적인 거짓말‥우크라이나 생물학 연구소 무기 개발과 관계 없어"
미국은 반발했습니다. 현지시간 9일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크렘린 궁이 노골적인 거짓말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화학 무기, 생물학 실험실을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 국장은 어제 미 상원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는 생물 방어와 공중 보건 대응을 위해 10여곳이 넘는 생물학 연구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맥락에서 과거에 다른 국가를 지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생물학 연구소들은 무기 개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가 갑자기 거기서 왜 나와? 중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코로나‥미국이 의혹 당사자"
그런데 러시아와 미국의 공방전 가운데서 갑자기 중국이 등장합니다.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각종 기사와 논평을 냈습니다. 먼저,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러시아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어제자 사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뭘 했나? 세계는 설명을 원한다>를 보시죠.
해당 사설에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냐"며 일부 누리꾼들을 인용해 "미국인들은 뱀파이어 영화를 좋아한다. 뱀파이어의 원형은 박쥐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한 것에 대해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6개 생물학 실험실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 30개국에 걸쳐 336개 생물 실험실을 갖고 있다"며 이런 미국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며 공격했습니다.
'우한 실험실 유출설'로 억울했던 중국‥미국 역공 시작
우한 실험실 코로나 기원설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은 중국이 못내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어제 기사에서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가 유출됐다며 서방의 과장된 비난을 받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엔 "미국이 (바이러스를) 우크라이나 실험실에서 유출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실험실을 지원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 실험실 유출설보단 근거가 있다면서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이 사실 미국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일까요? 그동안 중국은 코로나 우한 실험실 기원설 의혹을 부인하고 "바이러스는 자연에서 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해 WHO에서 파견된 국제 전문가들이 우한에서 현지 조사를 실시했지만,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중간 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또 첫 환자가 나온 지 1년 만에 실시된 조사이고, 당시 조사단 핵심 인원이 우한 연구소와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급속히 추락했습니다. 코로나 발생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세계는 바이러스의 기원이 정확히 어딘지 알지 못합니다. WHO의 1차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실험실 조사 계획을 거부하는 등 자료 접근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WHO는 2차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정부에게 역공을 펼칠 기회가 된 걸까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혹 제기 이후인 지난 8일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생물학 무기 개발 실험실이 각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은 국내외에서 벌인 생물학적인 군사 행동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고, 다자간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거짓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방 "러시아의 거짓 선동"‥"생화학 무기 사용하려는 포석"
어쨌든 코로나 기원설은 말뿐인 싸움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제 전쟁입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주장을 거짓 선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화학 무기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지난 9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의 공격 빌미를 만드는 군사 작전이라는 뜻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제,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포린폴리시 그룹의 소피아 개스턴 국장을 인용해 "푸틴은 더러운 싸움을 개의치 않는다"며 "상대방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이 사용하는 생화학 무기를 정당화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도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는 반군 지역을 점령하려 할 때마다 그들이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신들은 러시아군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침공이 예상치 못한 저항을 맞아 장기화되자 화학 무기 사용에 손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민간인 피해는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서북부 지토미르의 어린이 병원을 포격했고, 남동부 마리우폴의 어린이 병원과 산부인과도 공격했습니다.
유엔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민간인이 어린이 37명을 포함해 516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상자까지 합하면 1,424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든든한 우방국이라고 꼽은 중국의 코로나 미국 기원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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