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민간인 대피를 이유로 들어 인도주의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 남부 격전지 마리우폴에 일시적 정전을 현지시간 30일 제안했습니다.
AFP통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베르댠스크를 경유해 해안도시 마리우폴에서 내륙에 있는 자포리자로 가는 인도주의 통로를 31일 오전 10시부터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인도주의 작전의 성공을 위해 유엔난민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직접 참여한 가운데 대피를 실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31일 오전 6시까지 정전의 무조건 준수를 러시아 정부, 유엔난민기구,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서면 통보로 확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마리우폴에서 자포리자로 가는 새로운 인도주의 통로 4개를 열자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안에도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인도주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거론됩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육상으로 연결할 거점으로 보고 우크라이나 침공 뒤 포위 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40만명이던 마리우폴은 무차별적인 폭격에 주택 대부분이 파괴됐을 뿐만 아니라 식량, 물, 전기 등 민간인 생존에 필요한 보급이 차단됐는데 현재 어느 정도 규모의 민간인이 위기에 처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다만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마리우폴에 갇혀 신음하는 민간인이 16만명 정도라고 지난 28일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인도주의 통로 제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간 러시아군의 군사행동 때문에 인도주의 통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해왔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정부가 마리우폴 주민들을 본인들 의사와 달리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이나 러시아로 끌고 간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피 목적지가 러시아로 설정된 까닭에 인도주의 통로 제안이 거부된 적도 있었고 일부 운영되다가 러시아군의 군사행동 첩보 때문에 중단된 적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도자인 데니스 푸실린은 러시아군의 포위 작전이 시작된 이후 마리우폴에서 러시아나 동부 반군 점령지 도네츠크인민공화국으로 떠난 이들이 14만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푸실린의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민간인 피해를 무마하고 전쟁 명분을 선전하려고 마리우폴 주민의 강제이주를 추진한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 주민들의 여권을 빼앗은 뒤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반군 지역 `정화 캠프`를 거쳐 러시아의 경제 낙후지역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화캠프는 1990년대 말 체첸 전쟁 당시 반군을 찾아내기 위해 러시아군 등이 운영한 시설로, 민간인에 대한 구타·고문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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