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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의 전쟁'‥중동·아프리카의 눈물

'밀밭의 전쟁'‥중동·아프리카의 눈물
입력 2022-04-01 10:45 | 수정 2022-04-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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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밭의 전쟁'‥중동·아프리카의 눈물

    사진 제공: 연합뉴스

    <'밀밭의 전쟁'..중동 아프리카의 눈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의 밀밭’으로 불리는 곡창지대에 불을 지른 셈이 됐습니다.

    국제곡물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요 식량인 밀 가격이 급등했고, 식량 위기를 우려한 곡물 수출국들은 도미노처럼 수출 제한 조치를 내렸습니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식량난이 심화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상당수 국가들은 재앙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곡물가격 천정부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 가격은 30% 급등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20%를 담당하는 주요 곡물생산국가입니다.

    밀 가격은 전쟁 이전에도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으로 가파른 상승 추세였는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고 러시아가 식량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밀 가격이 미쳤다”는 소리가 나올 만합니다.

    러시아는 자국의 식량 공급 안정을 이유로 오는 6월까지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국 5개국에 대해 밀과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이집트는 3개월 간 밀과 콩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헝가리는 모든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직접적인 수출 금지를 하는 대신 농산물에 붙는 수출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수출 장벽을 높였습니다.

    식량 자원의 무기화, 식량 안보를 내세운 수출 중단은 국제 농산물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비료 가격 급등 ‘설상가상’>

    곡물 가격 뿐만 아니라 비룟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비료 가격 급등으로 농가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경작 면적을 축소해 식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비룟값이 오른 데는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비료 등 2백여 개 품목의 수출을 연말까지 금지시킨 조치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러시아는 탄산칼륨, 암모니아, 요소 등 비료 주요 성분의 주요 수출국인데, 탄산칼륨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난해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 수입 비료에 의존하는 브라질 등 농업국가들에서 옥수수, 콩, 밀 같은 곡물의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페루에선 비룟값 상승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식량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19일 120일 간의 농업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이렇게 올해 재배 면적이 줄면 내년엔 식량 공급난이 더 심화될 것입니다.
    '밀밭의 전쟁'‥중동·아프리카의 눈물

    사진 제공: 연합뉴스

    <식량 위기 국가의 눈물>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유엔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의존도가 80% 이상인 이집트, 레바논 같은 중동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예멘에선 이미 8백만 명에 대한 배급을 절반으로 줄였고, 저소득층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배급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식량 사정도 더 어려워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15개 나라가 전체 밀 수입량의 5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와 베넹은 100%, 이집트는 80% 이상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이 없으면 국민 상당수가 굶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들 나라들은 인근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거나 수입 대체 국가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하고 있어서 처지가 비슷하기 때문이죠.

    당장 이번 전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1천3백만 명 이상이 식량 부족 위험에 처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밀밭의 전쟁'‥중동·아프리카의 눈물

    사진 제공: 연합뉴스

    <전쟁의 화염, 전쟁의 그늘>

    유엔은 지난달 29일, 전쟁 발발 이후 한 달여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1천179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104명은 어린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인 부상자도 1천8백여 명에 이릅니다. 교전 지역의 사상자 확인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서 실제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겁니다.

    한창 학교에 가서 글쓰기를 배우고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집에 오면 엄마 품에 와락 안겼을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금 이 순간도 무고하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포성이 울리는 전쟁터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가기도 하지만,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비극을 낳고 있습니다.

    식량 위기가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위기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와 여성들입니다.

    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안보리 브리핑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이 몇 달 더 길어지면 어느 나라는 곡물 재고가 바닥나고 대규모 기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런 일은 막아야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평화협정의 시험대에 섰고,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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