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의 이카이노(猪飼野).
소설 '파친코(Pachinko)'에서 주인공 이삭과 선자가 이주한 곳이며 재일교포 3세로 등장하는 솔로몬의 고향입니다.
이카이노(猪飼野)는 강제 징용으로 오사카에 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인데 이들을 위해 한국 음식과 물품을 파는 시장이 들어서며 마을이 형성됐습니다.
지금은 이쿠노구 쓰루하시로 지명이 바뀐 이곳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 특히 제주도민들이 많이 정착해 '일본 속 작은 제주'로 불립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돈 벌기 위해 온 이유도 있지만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피난온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주해온 사람들 중 돼지(猪)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쿠노(猪飼野)로 이름이 지어졌는데, 지금은 재일 한국인 2만 8,000명을 포함한 외국인 주민이 전체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절한 재일교포 삶의 기록, 소설 '파친코']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소설 '파칭코'의 첫 문장입니다.
파친코(パチンコ)는 일본의 도박성 오락시설입니다. 서양의 슬롯머신과 비슷한데 일본 법률상으로는 '파친코'가 도박이 아닌 놀이로 분류돼 일본 파친코 점포는 합법적으로 운영됩니다.
1945년 해방 후 일본에서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한국인들은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며 직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소설의 제목인 '파친코'는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 수 밖에 없던 재일교포(자이니치)의 삶에서 그나마 가능했던 직업인 파친코 사업과 이 사업을 둘러싼 그들의 처절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심 소재로 등장합니다.
[애플TV+, '파친코' 공개…해외 매체 '극찬' 릴레이]
"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
"일제 치하에서 많은 한국인이 생계를 잃고 고향을 뒤로 하고 외국 땅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몇 세대에 걸쳐 견뎌낸 한 가족이 있다"애플TV+는 지난달 25일,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해 1천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 '파친코'를 공개했습니다.
첫 장면부터 일본의 식민지 사실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가한 탄압, 강제 징용, 관동대지진 학살 등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뤘고, 1980년대에는 일본에서 살며 온갖 차별을 견뎌온 재일교포(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아냈습니다.
영국 BBC는 별점 5개 만점을 주며 "눈부신 한국 서사시"라고 평가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파친코는 지금까지 나온 애플 최고의 쇼"라고 치겨세웠습니다.
외신에서도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 "원작 소설의 촘촘함과 영상물 특유의 장점이 완벽하게 결합했다"
할리우드리포트 "강력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포브스 "한 여성의 강인한 정신을 담은 시리즈 중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보석"
[日 네티즌 “파친코 완전 허구..작가가 북한 미사일 자금 지원]하지만 일본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완전 허구의 드라마"라거나 사기,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우익 네티즌은 "한국이 반일 드라마를 세계에 전송했다"거나 애플 TV를 향해 "허구의 사실을 방송한 애플TV는 일본에서 철수해야한다"고 비난했고, "한일 합병은 한국 경제성장에 큰 도움을 줬으며 철도*항만 등 인프라 정비에 굉장한 공헌을 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심지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된 '파친코' 업계의 80%를 차지하는 재일교포 가운데 절반이 북한과 연관된 세력이라고 주장하며, 소설 판매 금액을 항일 단체에 전달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을 지원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쏟아냈습니다.
일부 일본 우익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사실이 되는 이상한 K국이 있다"며 한국을 비꼬거나 재일교포를 향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가라"는 비하 발언까지 트위터를 통해 쏟아냈습니다.
[일본 눈치보기? 애플 ‘파친코’ 홍보 포기]
애플 재팬은 1천억 원을 들여 제작한 이 드라마의 예고편을 일본 내에서 공개하지 않는 등 홍보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7살 때 미국에 이민 가서 뉴욕 퀸즈에서 성장했으며,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을 따라 2007년부터 4년간 일본에 거주하면서 집필을 위해 수많은 재일 한국인들을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지난달 18일,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차별과 모욕을 소개하며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바꿀 수 없는 특성 때문에 경멸당하고 거부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작가는 201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게 한국인은 어머니, 아버지, 딸, 그리고 아들입니다. 한국인은 '우리'와 같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고려와 성찰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식민지 역사를 가진 국가 국민을 모두 악이라고 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저는 악의 존재를 믿어요. 제가 생각하는 악이란 자신의 역사에 대해서 정직하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일어난 역사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화해를 고려해보기 시작할거라고 생각해요"
세계
박진주
[World Now] '파친코' 인기에‥日 우익 "책 팔아 북한 미사일 개발" 황당 주장
[World Now] '파친코' 인기에‥日 우익 "책 팔아 북한 미사일 개발" 황당 주장
입력 2022-04-07 09:50 |
수정 2022-04-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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