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가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은행의 루블화 계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에니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에 루블화 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그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의 구체적인 지침을 기다리고 있으며, 만약을 대비한 선제적 조처로 루블화 계좌 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산 가스를 들여오는 에니의 다음 대금 결제 시점은 다음 달 중순이나 말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에니가 사실상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돼 주목됩니다.
그동안 에니는 러시아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계속 유로화로 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 에니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연간 전체 가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최소 10여 개의 유럽 기업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에 맞춰 가즈프롬은행 계좌를 열었으며, 4개 기업은 이미 루블화로 대금을 지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역내 가스 수입사를 겨냥해 계약서에 루블화 결재를 명시하지 않았으면 이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압박 강도가 거세질 경우 유럽연합 국가들의 `대오`가 흐트러지며 분열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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