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폭동 30주년…한인·흑인, 코리아타운에서 '화합의 함성'

미국 현지시간으로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발생 30주년인 29일 한인·흑인 단체가 LA 코리아타운에서 화합의 행사를 개최합니다.

LA 한인회 등 현지 한인 단체들은 이날 오후 코리아타운 리버티 파크 잔디 광장에서 흑인 단체들과 함께 'LA 폭동, 사이구(SAIGU·4·29) 평화 기원 행사'를 엽니다.

이날 기념식은 30년 전 폭동의 상처와 교훈을 되새기며 한인과 흑인 간 연대를 강조하는 인종 화합의 행사로 치러집니다.

한인회와 한인타운청소년회관, 한미연합회(KAC),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연대 LA 지부와 흑인 사회 구심점인 퍼스트 AME 교회, 비영리 흑인단체 LA 어번리그가 이번 행사를 위해 손을 맞잡았습니다.

기념식과 더불어 한인 등 아시아계와 흑인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동참해 치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참석자들이 다 함께 인종 화합을 기원하는 도심 행진에 나섭니다.

한인회는 "이번 행사는 인종적으로 더욱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다짐"이라며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함께 공존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 같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LA 총영사관과 문화원도 다양한 행사를 엽니다.

총영사관은 한국기업협회(KIT)와 함께 우리 기업이 만든 물품을 LA 현지 사회에 무료로 나눠주고, 문화원은 이날 저녁 '플래시포인트 4·29'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문화원 콘서트에는 록밴드 스틸하트의 히트곡 '쉬즈 곤'(She's Gone)을 부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색소폰 연주자로 오래 활동한 프랭크 폰테인, 라틴재즈계 최고의 베이시스트 에드워드 레스토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피아니스트 조 로톤디는 소리꾼 서연운 선생과 함께 판소리 협업 공연을 펼칩니다.

로드니 킹의 딸 로라 킹도 이 콘서트에 인종 간 화합을 역설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앞서 LA 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사건과 '두순자' 사건으로 숨진 흑인 소녀 나탸샤 할린스의 가족은 이날 LA 현지 인권 단체들과 함께 화합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로라 킹은 "아버지는 결코 증오나 폭력을 옹호하지 않았다"며 "30년 전 도시가 불타자 아버지는 '우리 모두 함께 잘 지낼 수 없느냐'(Can we all get along)며 평화를 간청했다.

통합은 아버지의 유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LA 폭동 30년 행사는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30일에는 당시 폭동으로 첫 방화 피해를 본 사우스 LA 지역 상점 자리에서 한인과 흑인 단체가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를 엽니다.

이어 한미연합회(KAC)와 미주한인위원회(CKA) 공동 주관으로 차세대 리더십 콘퍼런스가 한인타운에서 개최됩니다.

한국계 앤디 김·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하원의원이 패널로 참석해 한인 정체성과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5월 1일에는 할리우드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한인 모임인 할리우드 한인 리더 그룹(KALH)이 'LA 폭동 30년-LA 스토리 사이구'를 개최합니다.

이 행사에선 한국계 영화배우 존 조와 윌 윤 리,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기조연설을 합니다.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 폭동은 교통 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분노한 흑인들이 LA 도심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와 폭력과 약탈, 방화를 저지른 사건입니다.

흑인들의 분노는 한인 슈퍼마켓에서 흑인 소녀가 총격으로 사망한 이른바 '두순자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인에게로 분출됐고, 당시 LA 도심에 있던 한인 타운은 잿더미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