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원숭이두창도 '공기 전염' 가능성 배제 못해"‥오락가락 마스크 지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여행자에 '마스크 착용 권고' 올렸다 삭제>

'원숭이두창 등 질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

지난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여행자들에게 내렸던 지침입니다.

그런데 이틀 전 갑자기 이 공지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CDC는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원숭이두창 관련 여행 건강 안내문에서 마스크 권고 내용을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원숭이두창이 확산하는 국가에서는 가족 내 환자가 있는 사람과 의료 종사자는 마스크 착용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는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CDC는 특히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원숭이두창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여행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가 바로 철회했지만 여전히 감염자와 그 가족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는 등 CDC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원숭이두창의 주요 감염 경로는 물집과 딱지, 체액 등 감염된 병변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한 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도 코로나19처럼 공기 전염 가능성 배제못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원숭이두창 확산과 관련해 그동안 잘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 즉 적어도 단거리에서는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습다.

전문가들은 공기전염은 원숭이두창 확산에서 작은 요인이라면서도, 어느 정도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원숭이두창은 확진된 사람이나 동물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고됐지만, 간혹 공기전염이 유일한 원인으로 설명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2017년 나이지리아 교도소 내 확산 사례를 연구한 학자들은 당시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의료진 2명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원숭이두창과 사촌 격이라 할 수 있는 천연두 역시 과거 몇 차례 공기 전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낸시 설리번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연구원은 지난주 세계보건기구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주최한 회의에서 "감염의 주요 경로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다"고 말했습니다.

<호흡기 비말에 주목‥"몇미터씩 퍼지진 않아" 신중론도>

일부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호흡기 비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 보건당국은 언론이나 대중 브리핑에서 공기 전염의 가능성이나 마스크 착용 필요성 등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CDC의 바이러스 전문가 앤드리아 매콜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되기까진 '매우 지속적이고 긴밀한 접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콜럼은 "몇 ｍ에 걸쳐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아니다"라며 "이를 규정하는 방법에서 정말로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공기전염의 가능성을 더 널리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타당한 지적"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 "오락가락 코로나19 초기 상황과 비슷">

뉴욕타임스는 CDC가 원숭이두창을 우려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뒤집는 것은 코로나19 초기의 혼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2020년 9월 CDC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전염과 관련한 지침을 내놨다가 며칠 만에 철회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5월에서야 이 바이러스가 '몇 분에서 몇 시간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 발생이 계속되면서 많은 환자가 재택격리 중인 상황에서, 가족들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선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메릴랜드대 바이러스 전문가 도널드 밀턴 박사는 병원에서는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예방책은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며 원숭이두창 확산의 공기전염 가능성을 예측·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