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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집 주는 회장님, 이번엔 "감원 없다"

직원에게 집 주는 회장님, 이번엔 "감원 없다"
입력 2022-06-29 10:28 | 수정 2022-06-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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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에게 집 주는 회장님, 이번엔 "감원 없다"

    둥밍주 그리가전 회장. 그리가전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대기업 최고 경영자가 최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절대 감원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주인공은 둥밍주(董明珠) 그리가전(格力電器) 회장입니다. 둥 회장은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회장 자리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그리가전을 세계적인 에어컨 제조업체로 성장시킨 기업가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가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8위로 선정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제계의 유명 인사가 "곤경에 처해 급여를 삭감할지언정 인력을 줄이지는 않겠다"고 했으니 주목을 받을 만합니다.

    둥밍주 회장, 2018년엔 "임직원에게 집을 주겠다"
    둥밍주 회장의 발언은 2018년에도 화제가 됐었습니다. "8만 임직원 모두에게 방 2칸에 거실 하나가 딸린 집을 줄 생각이다. 정년까지 일하면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집을 주겠다". 아파트가 퇴직포상금이라니..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인민망은 2018년 8월 27일자 기사에서, 둥 회장이 ‘1직원 1주택’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고, 2018년 8월에 주하이시에 있는 본사 근처에 1차로 3천 가구 규모의 기공식을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완공돼서 직원들에게 공급됐다고 합니다.

    중국 기업들 감원 한파
    둥 회장의 발언은 그리가전의 직원들에겐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중국 기업들은 사정이 사뭇 다릅니다. 최근 중국에선 감원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규제를 하고 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직원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대형 가전업체인 메이디가 대규모 인력을 감축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외국 회사들도 감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중국 법인 소속 직원 10% 감축에 나섰다고 현지 경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직원에게 집 주는 회장님, 이번엔 "감원 없다"

    중국 상하이 봉쇄

    중국 실업률 갈수록 악화..대졸자 절반 일자리 없어
    중국의 실업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지난달(5월) 주요 도시 실업률은 6.9%로, 201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청년층인 16~24세 실업률은 18.4%로 훨씬 높습니다. 중국의 취업전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대졸자의 올해 3~4월 기준 취업률은 46% 수준으로, 지난해 62%보다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중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말부터 연속 상승 추세입니다.

    중국의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공식 발표보다 심각합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농민공’이라고 부르는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 등 유동 인구의 실업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들이 장기간 전면 또는 부분 봉쇄되면서 많은 도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실업이 악화하는 주요인은 이같은 대규모 봉쇄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 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중국, 저성장-고실업의 함정에 빠지나?
    문제는 중국의 실업률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데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금융센터 연구 자료 ‘최근 중국의 고용시장 부진 및 파급 영향’(2022.5.20)에 따르면, 코로나19 봉쇄 여파가 제조업으로 확산하면서 고용지표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고, 특히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 불안은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져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불안도 자극할 가능성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입니다. 최근 고향으로 복귀한 이주 노동자(농민공)가 9년래 최대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규모가 여전히 역대 최대인 2억9천만 명을 기록하고 있어 추가 대량 해고 여지가 상당히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선 많은 유럽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한 내용입니다. 주중국 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말 설문조사했는데, 유럽 기업의 23%가 현재 또는 계획 중인 투자를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기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당시엔 상하이 봉쇄가 이뤄지던 시점이었습니다. 2월에도 같은 조사를 했는데 당시 응답 비율은 11%였습니다. 두 달 새 2배나 상승했습니다. 유럽 기업들은 대안 지역으로 유럽(19%), 아시아·태평양 지역(18%), 동남아시아(16%), 북미(12%)를 꼽았습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실업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중국을 연구해 온 스탠포드대학의 스콧 로젤 선임 연구원과 내털리 헬 연구원은 저서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노동 비용 상승에 직면한 많은 기업이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비용을 절감하는 선택을 했다. 유명한 기업부터 그 기업들에 납품하는 소규모 기업들까지 마찬가지다. 산업의 변화는 매우 큰 손실을 일으킨다. 매년 중국 전역에서 4만 개의 공장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심각하게 양극화된 경제로 나아갈 것이다. 숫자로 보면 2억~3억 명의 사람이 구조적 실업자 상태로 남겨질 것이다."

    중국 경제사령탑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5일,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경제가 합리적 범위 밖으로 이탈할 위험이 있다" "계속 일정한 속도로 성장하지 못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음을 냈습니다.

    중국은 이미 고도성장 시기를 지났습니다. 올해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는 5.5%. 하지만 비관적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과 세계은행의 중국 성장률 전망치는 4.3%, 국제통화기금(IMF)은 4.4%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은 3%대 예측도 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집 주는 회장님, 이번엔 "감원 없다"

    시진핑 주석 자료 사진

    시진핑의 장기집권, 경제 허들 넘을까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엔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이 있다는 거죠. 시 주석은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의 장기집권에 등극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덩샤오핑 이래로 중국 최고 지도부는 중임제 임기 제한(3선 금지)을 통해 장기집권을 막아 왔습니다. 하지만 2018년 개헌을 통해 임기제한을 철폐했습니다. 사전 조치를 끝낸 거죠.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자라는 평가를 받는 시 주석이 이른바 '화려한 대관식'을 위해 경기 부양 총력전에 나설 거란 전망입니다.

    서두에 얘기한 둥밍주 회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인 '공동부유'(다 같이 잘 살자)의 지지자입니다. 둥 회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이기도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둥밍주 회장 같은 기업인들의 지지를 업고 경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장기집권의 서막을 보는 시선에 우려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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