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 경험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의 한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지마리엘 보위.
어린 시절 비슷한 환경의 가난한 친구들과 어울린 그녀는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 상당수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층인 '안젤로 로드리게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자연스럽게 부잣집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고 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녀는 현재 미국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흙수저'도 '금수저'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면 커서 소득 증가"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어도 살림이 넉넉한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릴 수 있는 동네에서 자라난다면 성인이 됐을 때 더 많은 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동네에서 자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소득이 약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스탠퍼드대 등의 연구진이 미국의 25살부터 44살까지의 페이스북 계정 7천220만 개와 이들의 친구 관계 210억 건을 분석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지역 납세 기록과 익명화된 페이스북 계정의 우편번호, 성별, 대학, 이용 중인 휴대전화의 소비자가격 등을 여러모로 분석해 지역별·개인별 소득을 추정했습니다.
사실 기존에도 교육·소득 수준이 더 높은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릴수록 대학진학률이 더 높고, 성인이 됐을 때 더 많은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빈부 간 '활발한 교류'가 계층 이동 촉진에 결정적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각 지역의 소득 계층 이동, 이른바 '사회적 사다리'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냈다는 데에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소득과 계층 이동성을 함께 분석했는데요.
예를 들어 조지아주 콘리 마을과 미네소타주의 윈스테드 마을은 중위소득이 연 5만 5천 달러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콘리는 저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머물 확률이 높은 반면, 윈스테드는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 경향이 매우 높았습니다.
두 도시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른 사람들 간의 활발한 교류'였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분석 대상 페이스북 계정 가운데 2천만 건은 고등학교 정보와 부모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정보를 이용해 고등학교 시절 저소득층 자녀와 고소득층 자녀의 교류가 활발할수록 계층 이동이 활발하고 저소득층이 높은 소득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정보를 이용한 분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 지역의 인종 구성, 빈곤율, 학교 교육 수준 등은 계층 이동을 촉진하는 데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계층 간 경계선을 넘나들며 서로 어울리는 지역에서 자라난 어린이는 나중에 커서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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