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미국 언론이 긴급 보도한 뉴스가 있었죠. 아이만 알자와히리 사살.
그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우두머리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후계자입니다. 빈 라덴과 함께 2001년 9.11 테러를 계획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현상금 2천5백만 달러(약 327억 원)를 걸고 그를 지명수배한 상태였습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시간 31일, 수도 카불의 고급 주택가에서 알자와히리를 드론 공습으로 사살했습니다. 3천 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로부터 21년만의 일입니다.
<빈 라덴 사살..코드명 ‘제로니모’ EKIA>
앞서 2011년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에서 빈 라덴을 사살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을 통해 본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2011년 5월 1일, 미국 백악관 회의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등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전송하는 ‘넵튠의 창 작전’ 실시간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 20여 명이 블랙호크 헬기에서 내려 대형 저택을 기습하는 순간입니다. 그때 갑자기 이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제로니모 신원 확인..제로니모 이케이아이에이(EKIA)”
‘제로니모’는 빈 라덴의 코드명이고, EKIA(Enemy Killed in action)는 ‘작전 중 적 사살’이라는 뜻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몇 년간의 정보 수집과 몇 달간의 계획이 절정에 이른 순간이었다.”
<빈 라덴 때는 특수부대 투입>
미국은 같은 대테러 작전을 하면서도, 알자와히리에겐 드론 공습, 빈 라덴에겐 특수부대 투입이라는 다른 방식을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2011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CIA·합동참모본부 등 참모진은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합니다.
●은신처 미사일 공습
●네이비실팀을 투입하는 특수작전.
참모진 내부에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몫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이런 이유로 특수작전을 선택했습니다.
“미사일 공격을 세부적으로 검토했더니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이 드러났다. 우리가 저택을 파괴하면 빈라덴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는가? (중략). 게다가 아보타바드 저택에는 성인 남성 네 명과 더불어 여성 다섯 명과 아동 스무 명이 산다고 추정되었다. 타격을 실행하면 1차 시도에서 저택뿐 아니라 인근 주택 여러 채가 초토화될 것이 분명했다”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 중에서)
빈 라덴 신원 확인 필요성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 투입, 다시 말해 미군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빈 라덴의 신원 확인을 거듭 강조하는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전을 승인할 때까지도 표적이 빈 라덴이라는 걸 100% 확인하지 못했으니까요. CIA는 표적이 빈 라덴일 확률을 60~80%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이비실이 공격 때 “제로니모 신원 확인”이 필요했던 거죠.
CIA는 작전 전에는 빈 라덴을 ‘보행자’라고 불렀고, 작전 실행 후에 자체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빈 라덴을 보행자라고 부른 이유는 “담장 안의 작은 정원에서 정기적으로 원을 그리며 걷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알자와히리는 드론·미사일로 공습>
알자와히리는 아침 일찍 은신처 발코니에서 독서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빈 라덴처럼 ‘패턴’이 있었던 거죠. CIA가 이를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달랐습니다. 알자와히리에겐 미사일을 썼죠.
외신들은 이 미사일을 ‘헬파이어’(공대지 대전차용)의 개량형인 ‘R9X’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탄두에 폭약이 없고, 타격 직전 칼날 6개가 펼쳐지는 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정밀 레이저 유도가 가능해서 애먼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고요. 별명이 ‘닌자 미사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작전 때 다른 사상자가 없고, 알자와히리 은신처가 크게 파괴되지 않은 점도 닌자 미사일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이 미사일은 오바마 행정부 때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에 자동차에 타고 있던 알카에다 핵심 간부를 정확하게 사살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바마의 선택, 바이든의 선택>
오바마 회고록에 따르면, 2011년 빈 라덴에 대한 작전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은 특수부대 기습에 대해 “실패하면 엄청난 결과가 따르므로 더 확신할 때까지 결정을 미뤄야 한다”며 반대했습니다.
미국은 ‘데저트 원’이라는 참담한 기억이 있죠. ‘데저트 원’은 1980년 4월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53명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었는데요. 당시 미군 헬기가 사막에 추락해 군인 8명이 사망했습니다.
2022년, 부통령이 아닌 대통령 바이든은 특수부대 투입 대신 미사일 공격을 선택했습니다.
<오바마도 바이든도 “정의 실현”..끝나지 않은 싸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연설에서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 이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2011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그랬습니다. 긴급 회견을 열고 "빈 라덴이 미국의 작전으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사살됐다.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빈 라덴 사살 직후 미 국무부는 미국인에 대한 테러를 우려해 여행 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번에도 “알자와히리 사살로 미국인에 대한 공격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여행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외신들은 세계 각국의 대테러 연구기관과 정보기관들이 알자와히리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를 탐색하는 정보전에 돌입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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