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주연상 거부한 브랜도‥대신 연설한 '리틀페더' 곤욕>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장.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영화 '대부(The Godfather)'의 말런 브랜도가 호명됐습니다.
하지만 상을 받으러 무대로 올라간 사람은 브랜도가 아닌 자신을 아파치족으로 소개한 여성 행동가 '사친 리틀페더'였습니다.
"그는 이 상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산업이 미국 원주민들을 잘못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브랜도는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할리우드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상식을 보이콧하고 리틀페더를 대신 보내 15페이지에 달하는 항의 성명을 읽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 복장으로 시상식장에 나타난 리틀페더에게 아카데미 관계자는 "60초 이상 발언하면 강제로 끌어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리틀페더는 시상식에서 짧은 '소감'만을 말하고 무대 뒤에서 취재진에게 성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연설로 리틀페더는 관객에게 박수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고 무대 밖에서는 차별과 폭행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장이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아카데미, 50년 전 시상식서 차별받은 원주민에 사과>
당시 20대였던 리틀페더는 올해 75세가 돼서야 사과를 받았습니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현지시간 15일 49년 전 시상식에서 원주민 배우 리틀페더가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아케데미는 리틀페더가 당시 연설로 50년 가까이 차별받았다고 전하면서 6월 18일자로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이 리틀페더에게 보낸 사과 편지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루빈 당시 회장은 리틀페더 연설을 가리켜 "존중의 필요성과 인간 존엄성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일깨워주는 강력한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발언으로 당신이 감내했던 학대는 정당하지 않다"며 "너무 오랫동안 당신이 보여준 용기는 인정받지 못했고, 깊은 사과와 더불어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리틀페더는 성명에서 "아카데미 사과와 관련해 우리 원주민은 매우 참을성 있는 사람들이다. 겨우 50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린 항상 유머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게 우리 생존 방식"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세계
신정연
[World Now] 아카데미, 50년만의 사과 "원주민 차별에 깊은 반성"
[World Now] 아카데미, 50년만의 사과 "원주민 차별에 깊은 반성"
입력 2022-08-16 11:13 |
수정 2022-08-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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