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한쪽은 홍수·다른쪽은 가뭄‥라니냐와 온난화 결합 탓

[사진 제공: 연합뉴스]

올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천3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지만, 중국과 유럽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올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기상이변과 재해는 이전보다 오랫동안 지속되고 영향력이 커진 `라니냐` 현상이 온난화와 결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폭염과 홍수가 다가올 재앙의 예고편이라고 경고하면서 보통 3년에서 7년 주기로 작동하는 엘니뇨와 라니냐에 주목했습니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혹은 `남자아이`를 뜻하는 엘니뇨는 열대 지역의 태평양 중부와 동부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고, `여자아이`를 의미하는 라니냐는 반대로 해수가 차가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열대 지방에서는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데 바람이 평소보다 약해지면 따뜻한 물이 태평양 중부와 동부에 남으면서 엘니뇨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지면 따뜻한 해수가 태평양 서부에 몰리고 라니냐가 찾아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보통 몇 달간 지속되지만, 현재의 라니냐는 2020년 9월 시작돼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를 `트리플 딥`으로 부르며 라니냐가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55％나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맷 콜린스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올해의 트리플 딥은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며 "기후변화 예측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통계적으로 칠레와 중동, 아프리카 동부에는 가뭄이 들고 아프리카 서부와 남아시아는 강우 확률이 높아집니다.

남아시아 파키스탄 홍수는 라니냐로 인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수해 규모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피해를 키운 또 다른 원인으로 온난화를 꼽았는데,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져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라니냐 시기에는 기온 상승 속도가 다소 늦춰진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라니냐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새로운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호주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지난 3월 산호의 색이 바래지는 현상이 발견됐는데, 라니냐 시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입니다.

라니냐와 온난화의 결합은 기후변화 진단과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태평양의 두 지점 간 온도 차를 통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점쳤지만 이제는 온도가 올라가 이 같은 방법을 쓸 수 없게 됐다"며 "지구 온난화가 예측을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