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샤워하자" 스위스의 에너지 절약 제안 논란

시모네타 소마루가 스위스 환경부 장관(오른쪽)과 기 파르믈랭 경제부 장관 [사진 제공: 연합뉴스]

스위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러 명이 함께 샤워하라는 권고를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시모네타 소마루가 스위스 환경부 장관은 현지시간 18일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의 전원을 끄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 샤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다가올 겨울에 에너지 부족으로 스위스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을 15％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스위스 정부는 여럿이 함께 샤워하기 외에도 예열하지 않은 오븐에 케이크 굽기, 찬물로 입속 헹구기 등 다양한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다소 이색적이고 독특한 제안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현지 잡지 `페미나`의 편집장은 "정부가 우리의 아주 사소한 사생활까지 관리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스위스인들은 밤에 난방을 끈 채 잠들고, 아침마다 함께 짧은 샤워를 한 뒤에 차는 놔두고 출근하자"고 비아냥댔습니다.

이에 소마루가 장관은 "일정한 나이 이상의 사람이 함께 샤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번 제안이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몇 살부터 `공동 샤워`를 해도 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럿이 함께 샤워하기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스위스는 지난 1985년에도 `낭비는 줄이고 기쁨은 두 배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여럿이 함께 샤워할 것을 권고하는 책자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위스는 1인당 국민총소득이 9만 3천457 달러, 우리 돈 약 1억 3천만 원인 부국이지만,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난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스위스는 러시아에서 직접 가스를 구매하지는 않지만, 독일 등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