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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소희

[World Now]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대가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

[World Now]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대가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
입력 2022-09-29 14:53 | 수정 2022-09-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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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대가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여성들이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항의 표시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관 위에 흩뿌린 머리카락이 촉발?]
    현지시간 28일 CNN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지난주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36세 남성의 여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흩뿌린 장면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표시로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1천 년 전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CNN은 이란 여성의 머리카락 항의가 이란에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은 1천 년 전에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샤나메는 근대 페르시아어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대 이란 왕조인 사산왕조가 7세기에 아랍인들에게 멸망하기 전까지 페르시아 왕들의 전설과 역사를 약 6만 편의 운문으로 작성해 이란 문화의 구심점으로 꼽힙니다.

    이 작품에는 여성이 애도와 권력에 대한 저항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국 웨일스에서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샤라 아타시는 CNN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서 영웅 시아바시가 살해되자 그의 아내 파란기스과 그와 함께 있던 소녀들이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타시는 이 장편서사시가 1천 년간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살아간 이란인, 아프간인, 타지크인의 일상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하페츠와 하카니 등 다른 페르시아어 서사시에서도 슬픔과 저항의 표현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등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World Now]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대가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
    [권력자의 힘보다 분노가 더 강할 때 나타나는 전통]
    그러면서 머리카락 자르기를 "권력자의 힘보다 분노가 더 강할 때 나타나는 고대 페르시아의 전통"라고 규정했습니다.

    아타시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의 깊이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애도 의식이라면서, 오늘날의 맥락에서는 "국민이 살해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름다움의 기준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
    실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말도 비슷합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화학 공학자 파에제 아프샨(36)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그들이 정한 기준이나 그들이 정의한 아름다움,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 영상은 우리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28일로 12일째에 접어든 이란 반정부 시위는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이란 내 40여 개의 도시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란 관영 매체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에 체포됐고 최소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는데, 일부 인권 단체들은 사망자 수가 76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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