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이름난 인도에서 미혼 여성의 낙태권과 부부간 강간을 인정하는 기념비적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혼여성 24주차까지 낙태가능]
현지시간 30일 더힌두 등 인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전날 낙태를 희망하는 20대 미혼 여성의 청원을 심사하면서 "미혼 여성도 기혼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 24주차까지 낙태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D.Y. 찬드라추드 대법관은 여성의 혼인 여부가 낙태권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인도에서는 1971년 도입된 '의학적 임신 중절법'에 따라 여성의 낙태권이 허용돼왔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미혼 여성의 일반적인 선택권은 배제한 채 기혼·이혼 여성이나 과부, 미성년자, 장애인 또는 강간에 의한 임신에만 낙태권을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이 법이 개정되면서 낙태 가능 시기가 임신 20주에서 24주로 확대됐고 낙태 요건에 결혼 조항이 빠지긴 했지만 미혼 여성의 낙태권은 여전히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미혼 여성 낙태권 배제는 비헌법적"‥'부부강간'도 인정]
찬드라추드 대법관은 "미혼 여성의 낙태권을 배제하는 것은 비헌법적"이라며 개정된 법 규정을 명확하게 해석했습니다.
그는 이어 "낙태 결정 여부는 복잡한 인생 상황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여성만이 외부의 간섭이나 영향 없이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날 '부부간의 강간' 개념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남편이 강제한 성행위도 낙태 사유 중 하나인 강간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현재 인도에서 부부간 강간은 아직 범죄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운동권 크게 환영 "가장 진보적인 판결"]
대법원의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권 운동가 등은 크게 환영했습니다.
여권 운동가 브린다 아디게는 이날 판결에 대해 "가장 진보적인 판결 중 하나"라며 "이 판결은 여성의 권리와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도에서는 2017년 통계 기준으로 해마다 약 640만 건의 낙태가 시행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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