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노조원의 손해배상 책임 정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법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고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오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5일 현대차가 노조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책임의 정도는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경제 6단체는 "공동불법행위는 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 제한의 사유에 있어서 이제까지 대부분 판례가 피해자의 과실 등을 참작해왔으나, 이번 판결은 조합원의 가담 정도와 임금수준까지 고려하도록 했다"며 "대법원은 새로운 판례법을 창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일반 불법행위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며 "이번 판결은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아주 예외적인 대법원 판례를 불법쟁위행위에 이용한 꼼수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기물을 손괴하는 현실 속에서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습니다.
경제계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측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통과될 경우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해당 판결에 대한 정재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어제 입장문을 내고 "사법권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 취지가 오해될 수 있게 성급하게 주장하거나 특정 법관에 대해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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