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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이해영 감독 "훨훨 난 박소담, 괴물같은 박해수, 압도적인 설경구" [인터뷰M]

'유령' 이해영 감독 "훨훨 난 박소담, 괴물같은 박해수, 압도적인 설경구" [인터뷰M]
입력 2023-01-24 23:01 | 수정 2023-01-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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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3년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항일조직의 스파이 색출 작전을 그린 첩보 스파이물 '유령'으로 영화 '독전' 이후 5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이해영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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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 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에 이어 직접 쓰고 연출하는 다섯 번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이해영 감독은 '독전'에서는 남성 중심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유령'에서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흑색단 활동을 그려냈다. 이해영 감독은 "보통 우리가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릴 때 보통 본능적으로 우리 머릿속에 남아있는 성별에 따른 역할분담이 있는 거 같다. 남녀가 등장할 때 자연스럽게 위계를 그리게 되는 거 같다. 그 위계가 개입 죄지 않는 이야기이길 바랐다. 성별이 없어서 오히려 인물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성별을 떼고 보면 오히려 인물에 다가가는 이야기이길 바랐다."라며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기를 목표로 작업했었음을 밝히며 성별 구분보다는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들로만 기억하기를 소망했다.



    이해영 감독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신 독립운동가인데 죽기 위해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되길 바랐다. '살아야 한다. 죽어야 할 때 죽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라는 게 몇 차례 대사로 등장하는데, 독립운동가에 대한 자료를 많이 보며 받은 감정은 찬란함이었다. 그들의 희생과 투쟁과 모든 게 그야말로 찬란했다. 그 찬란함을 곧 죽음을 각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투쟁을 메시지적으로 잘 보이고 싶었고 찬란함을 잘 전달하기 위해 영화의 비주얼들이 동원되었다."라며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의 중심에는 이하늬와 박소담이 있었다. 이해영 감독은 이하늬의 오랜 팬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의 필모를 보면 발산하고 뿜어져 나오는 긍정적이고 밝고 러블리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안으로 품고 눌렀을 때 보이는 연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하늬가 대부분 작품에서 되게 크게 보이는데 이 사람이 가지는 느낌이나 에너지를 속으로 품었을 때 더 근사한 인물이 만들어질 거 같아서 이하늬를 제일 먼저 생각했다."라며 '유령'이라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을 때 이하늬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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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늬는 극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쫓아' 독립운동에 나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하늬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이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다양하게 해석하는 모든 답이 옳고 제 의도와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기는 했고 물론 사랑이라는 키워드였다. 이하늬가 한 인터뷰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더 큰 사랑으로 이해했다. 포용력이 넓은 사랑으로 이해했다'라는 말을 했던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안온한 삶을 살아도 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대의를 위해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목숨과 희생을 각오하고 이런 일에 가담하게 되기까지 첫 동기는 매우 사적이고 개인에게 밀접한 것이었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본인을 둘러싼 환경을 위배되는 것일 텐데 그만큼의 힘이 있는 건 결핍이나 갈망 때문일 것이다. 결국 사랑 밖에 그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랑이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고 규정되는 것보다 보는 분들이 자의적으로 다가와서 해석하고 읽고 받아들 이 시는 게 오히려 인물에 다가가는 방법일 거라 생각한다."라며 '박차경'의 사랑에 대해서는 감독이 규정짓기를 꺼려 했다.



    이하늬와 더불어 극을 이끌어가는 주역이었던 박소담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박소담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앳된 얼굴인데 기본적인 에너지가 침착하고 진중하고 목소리도 저음이라 신뢰가 생긴다. 박소담에게 '미친 거 한번 해보자'라고 제안했고, 몇 년 사이에 엄청난 감독님들과 엄청난 걸 하고 와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 배우가 되어 있더라. 보람과 기쁨을 알려줬고, 훨훨 나는 연기를 보여줬다."라며 박소담과의 작업 소감을 밝혔다.

    작품에 가장 늦게 캐스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연기를 펼친 박해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해수는 극 중에서 거의 대부분의 대사를 일본어로 선보이며, 그것도 분량이 엄청났었다. 이해영 감독은 "박해수가 연기한 캐릭터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언어를 압도할 정도의 연기력이 있다면 가능하겠다였다. 박해수의 연기력과 연기를 향한 기세가 언어에 앞서서 압도할 수 있는 장악력이 있겠다는 기대를 했었고 워낙 성실한 배우여서 2주 안에 정말 뼈 혹은 영혼을 갈아 넣을 정도로 큰 노력을 해서 그 많은 일본어 대사를 다 외워왔더라. 괴물 같은 연기력과 성실함이었다."라며 박해수의 노력과 연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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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박해수에게 시나리오를 줬을 때 언어에 대한 부담이 크고 시간이 짧아서 고민하다가 이해영 감독에게 거절하려고 미팅을 했었다고 박해수와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저는 박해수를 처음 본 순간 입덕을 했다. 말로는 너무 시간이 없고 부담되고 민폐를 끼칠 거 같다고 하는데 표정은 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고 갈망하고 욕망하는 감정이 들끓고 있었다. 그 욕망과 갈장을 콕 찔러줬다. 내가 이걸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했고, 서로에게 막연한 도전이었지만 그가 연기할 때 최대한 편하게 여유 있게 하려고 배려하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라며 2주 만에 대사도 외우고 캐릭터도 분석해 현장에서 대단한 연기를 펼쳐내게 박해수를 이끌어 낸 과정을 이야기했다.



    '유령'의 특별함은 첫 장면부터 알아챌 수 있다. 모든 배우들이 일본어 대사를 하는데 그 일본어들이 캐릭터마다, 상황마다 다양하게 구사되어 진짜 일본 영화를 보는 듯했다. 모든 배우가 일본어를 읊는 게 아니라 진짜 일본어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결과물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일본어 선생이 완전 저와 베우에 게 밀착해서 프리 때부터 후시녹음 때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음절 하나하나 숨소리 호흡까지, 말을 할 때의 문장 안에서의 호흡 지점까지 지적하면서 작업했다. 일본어 선생님은 언어로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코칭을 했고, 저는 언어 때문에 배우가 주눅 들거나 강박으로 연기를 놓치지 않게끔 계속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일본어는 일본 사람이 들어도 일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리도록 끊임없이 강조하고 요구했다."라며 연기만큼 일본어 구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이야기했다.

    이해영 감독이 극찬한 일본어 선생은 '경성 학교: 사라진 소녀들'때부터 같이 작업을 했던 배우 출신이라고. "많은 작품에서 일본어 코칭과 출연도 병행한 분이다. '한산'이나 '명량'도 하시고 '미스터 선샤인'에서도 일본어 코칭을 하셨던 분이다. 영화 시사가 끝난 뒤 일본어 선생님이 자부심이 느껴지고 뿌듯하다고 하시더라. 그분의 아내도 일본 분인데 굉장히 칭찬을 많이 하셨다. 특히 박해수의 일본어는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라며 이 작품이 다른 작품에 비해 독특한 분위기와 결을 가질 수 있었던 비하인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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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서현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이해영 감독은 "서현우는 다채롭고 기본기가 있는 배우다. 그동안 선 굵고 센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저는 서현우의 바탕에 천지를 뒤흔들 귀여움의 포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도 꺼내지 않은 귀여움의 카드를 수면 위에 올려서 애드벌룬처럼 공중에 띄워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살찌우라는 말은 조심스러워서 못했는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캐스팅되었고 그 작품을 위해 살을 찌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던 대로 놀면 된다며 이 작품에 캐스팅했다."라며 서현우의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작품을 위해 24kg을 증량한 서현우에게 살찌우라는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러웠다는 이해영 감독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천하장사 마돈나'때 류덕환 배우를 30kg 찌워서 연기를 했다. 그 옆에서 배우가 살을 찌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계속 먹고 운동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류덕환 이후에 다른 배우들에게 체중의 증량이나 감량을 요구할 때 많이 조심스러워졌다."라며 작품 속 캐릭터를 위한 증량이나 감량을 쉽게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서현우는 '독전'을 찍을 때 덩치가 좀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살을 쫙 빼서 드라마 '악의 꽃'에서는 주인공을 하게 되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살을 빼고 주인공도 했는데 주인공 자리를 꽤 찬 배우에게 다시 살을 찌우라고 요구하는 게 너무 조심스럽더라. 체중의 갭 때문에 서현우의 캐스팅은 정말 오래 망설였다."라며 배우로는 너무나 만족스러웠지만 체중 때문에 뜻밖에 많이 망설이고 시간을 두어 캐스팅되었다는 비화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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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반대편의 텐션을 이끌어가는 쪽에 배우 설경구가 있었다.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의 경우 영화 속에서 영화의 주제를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존재감이 큰 배우가 필요했다. 연기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복잡하고 어렵고 혼란스러운 인물인데 그런 연기를 할 정도의 배우는 독보적이어서 어렵게 설경구에게 부탁드렸다."라며 설경구가 연기한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설명했다.



    어렵게 캐스팅한 만큼 설경구에 대한 이해영 감독의 만족도는 대단했다. 그는 "아직도 촬영 때만 생각하면 울컥하는 장면이 있다. '쥰지'(설경구 분)가 마지막 연설을 하는 장면은 원래 두 문장만 말하고 끊어서 다시 가려고 했던 장면이었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까지 약속이 되어 있던 장면이었는데 설경구가 연기를 시작하는 데 컷을 못하겠더라. 컷 하는 걸 까먹고 이 엄청난 연기를 보고만 있었다. 제가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고 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엄청난 걸 목격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멍하게 바라보게 되더라. 촬영 감독도 넋 놓고 구경하고 있다가 한 박자 늦게 뒤로 빠졌다. 현장의 모두가 압도되어 바라보는 채로 딱 한 테이크를 찍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제 계산이나 의지를 떠나 완벽하게 압도된 순간이고, 아직도 그 장면을 다시 보면 눈물이 난다."

    라며 설경구의 명 연기에 넋을 놓고 바라봤던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언급했다.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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