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와의 첫 작품 '도희야'에 이어 두 번째 작품 '다음 소희'로 지난해 5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며 상영 후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충격적이면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작품!”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낸 정주리 감독을 만났다.

국내 개봉 전 전세계를 돌며 엄청나게 화려한 수상경력을 성취하고 돌아온 정주리 감독은 "너무너무 떨린다. 이번 영화는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도 해서 더 조심스럽고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도 많이 된다."라며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도희야' 이후 무려 9년 만의 작품이었다. 정주리 감독은 "2014년에 개봉하고 관련된 일을 다 마치고 나니까 2016년쯤이 되더라. 바로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었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는 두문불출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 볼 때 잠적한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3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간신히 그걸 마치고 제작하려고 찾아 나서고 투자자를 찾아 나섰는데 안됐다. 완전히 포기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리더라. 그렇게 6년이 그냥 지나갔다. 완전히 단념하고 나서 저는 많이 잊힌 사람이 되었고, 사회생활을 못해서 암담하더라. 그런데 제작사에서 먼저 제안을 해줘서 저로서는 기사회생을 하게 되었다."라며 오랜 시간이 걸려 차기작을 내놓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기사회생하게 된 기회였기에 빠른 만회를 위해 빠르게 작업했다는 정주리 감독은 "2021년 1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초고를 5월 말에 냈다. 2021년 6월에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비 지원 날짜가 있어서 그래서 그거에 맞춰서 수정고를 완성하고 굉장히 빠르게 작업을 했다."라며 '다음 소희'의 작업은 하나의 걸림돌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고 했다.
두문불출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첫 영화 '도희야'로 칸 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정주리 감독이었다. 그동안 많은 연출 의뢰를 받아왔었다며 그는 "그중에는 기본에 시나리오가 있고 각색해서 연출을 의뢰하거나 연출만 의뢰하는 것도 제안이 많았다. 욕심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내가 직접 이야기를 쓰고,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욕심일 수 있는데 온전하게 나의 모든 걸 녹여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동안 다른 작업은 할 수 없었다."라며 '다음 소희' 이전에 다른 작품을 할 수 없었던 사연을 설명했다.

정주리 감독은 "2020년 말에 제작사로부터 현장 실습생이 콜센터에 나갔다가 사망한 사건을 만들고 싶다며 연출 제안을 받았다. 제작사의 제안을 들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걸 몰랐다. 그때부터 찾아봤더니 2017년 1월에 발생한 사건이었더라. 어렴풋이 당시의 사건이 기억났고 콜센터의 업무 환경이나 감정 노동이 이슈가 되었다는 것도 떠올랐지만 결정적으로 이 이야기를 확실히 알게 된 건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러고 나서 당시 최초 보도하고 후속 보도를 한 기자들의 기사를 찾아봤다. 콜센터에 충격을 받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현장 실습이라는 교육제도가 문제였고 제 관심이 더 그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전이나 후에도 현장실습으로 노동 현상에서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게 계속 발생했다는 걸 알게 돼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게 되었다."라며 '다음 소희'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며 "처음 제작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도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보니 완벽하게 상업영화로 풀어가기 힘들겠더라. 그래서 제작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흔쾌히 전적으로 동의를 해 주시고, 제가 원하는 대로 나와야 진정성 있게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지를 해주셨다."라며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로 공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했다.
첫 작품에 이어 연속으로 두 작품을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정주리 감독은 "첫 작품은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하고 만들었다. 특히나 허구의 이야기이고 두 주인공 '도희'와 '영남'의 사적인 감정에 훨씬 치중해서 만들었다. 이번에는 실제 이야기이고 당연히 문제의식이 사회적인 것에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 쓰는 과정이 좀 더 힘들더라. 저도 감정적으로 많이 다치고 소모되었다."라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이 훨씬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9년이라는 긴 시간의 텀을 두고 작품을 만들어 낸 정주리 감독은 "첫 연출작은 정말 지금 촬영하는 걸로 어떤 장면이 탄생하는 건지 알 겨를도 없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로도 일해보지 않고 영화를 만들 때였다. 그래서 정해놓은 콘티대로 찍기 바빴다. 간신히 마쳤다면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더라.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촬영하려고 다짐했고, 앞뒤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좀 알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52시간 근로 기준이 정립되면서 어쩔 수 없이 쉬는 시간이 생기는 게 저에게도 좋았다. 물리적인 환경이 주어지다 보니까 그전보다 많은 여유가 생겨서 더 좋은 걸 담을 여지가 만들어졌다."라며 예전보다 좋아진 근로환경과 한 번의 경험으로 작품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할 시간을 벌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다음 소희'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수많은 영화제를 돌며 많은 상을 수상했다. 정주리 감독은 "우리나라 관객을 만나기 전 해외 관객을 먼저 만났는데 그분들이 많은 공감을 해주셔서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공감을 해 주셨으니 우리나라 관객들은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더 까다롭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여서 더 힘들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언론 시사회에서 다행히 기자분들은 긍정적으로 봐주셨지만 실제 관객들이 보고 쏟아낼 댓글은 걱정스럽다."라며 국내 관객을 맞이하는 심경을 밝혔다.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 '다음 소희'는 2월 8일 개봉이다.
김경희 / 사진제공 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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