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랭킹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에 출연한 김춘리 선수를 만났다.

'피지컬:100'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첫 주역은 김춘리였다. 격투기 선수인 박형근과 1:1 데스매치를 하는 본방송이 공개되기 전 예고에 등장하면서부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예고에 아주 짧게 등장했던 장면이었지만 남녀 선수가 뒤엉켜 싸우는데 거기의 남성 선수가 무릎으로 여성 선수의 가슴을 찍어 누르는 모습이 보여서였다. 그 장면의 주인공이 바로 김춘리 선수와 박형근 선수였다.
김춘리 선수는 "와,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이 왔다. 전혀 예상도 못 했고 내가 좋아서 참가하는 거라 이제 방송을 할 건가 보다 하는 정도였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운동만 하고 살던 사람이고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던 스타일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공개되고 난 뒤 갑자기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너무 많아지고 본편이 방송되기도 전에 논란거리가 되어 버려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더라"라며 방송 초반의 뜨거웠던 반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김춘리 선수는 "아마 시청자들은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많이 놀라셨을 텐데 저희는 출연하기 전부터 남녀 성대결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라며 사전에 제작진으로부터 성별 대결에 대한 예고를 받았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목을 당하고 다음날이 데스매치였다. 그날 밤 숙소에서 룸메이트에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상의도 하고 나름대로 전략을 고민했었다. 상대가 격투기 선수였기에 격투기 기술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었다. 제가 힘은 있는 편이고 체중도 더 많이 나가서 상대를 넘어트리기만 하면 못 일어나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80%는 기술적으로 못 이길 것 같았는데 20%는 희망을 가졌었다."라며 어떤 각오로 1:1 데스매치에 참가했는지를 이야기했다.
김춘리 선수는 "제가 어릴 때는 육상을 해서 스피드에는 자신이 있었다. 제가 만약 베네핏을 얻었더라면 모래판이 아닌 잔디를 선택해서 스피디한 전략으로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상대 선수가 모래판을 선택한 뒤였다. 그는 격투기 선수였고 그렇다면 모래판이 그에게 더 유리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격투기 선수라고 무서워서 피하는 것보다는 어떤 건지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다. 지더라도 한 번은 자빠트려보고 져보자는 생각을 했다."라며 자신에게 유리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였는지를 밝혔다.
'피지컬:100'에 여성 보디빌더 선수로 참여한 게 아니라 그냥 '운동선수'로 참여했다는 김춘리 선수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상대가 어떤 상대인가에 따라서 기술의 선택, 공격이나 제압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제가 박형근 선수에게 왜 저를 선택했냐고 물었었다. 그는 제가 제일 강하게 보여서라고 하더라. 피지컬 작으로 상당히 좋아 보이니까 여자라 생각하지 않고 해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자기보다 센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하지만 제가 그의 생각보다는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니온 밸리(Knee on belly, 정강이뼈를 상대방 복부 라인에 맞춰서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상대방을 일시적으로 제압하는 자세)를 하기 전 제가 먼저 박형근 선수의 기술을 피하고 제압을 시도했었다. 나중에 다른 선수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였지만 제가 너무 힘이 강해서 더 강력한 기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만약 제가 박형근 선수의 입장이고 격투기 선수였다면 상대방이 예상대로 컨트롤 되지 않을 때 저라도 그런 기술을 써서라도 이기려 했을 것"이라며 엄청난 논란이 되었던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두 사람 사이의 니온 밸리로 인해 젠더 이슈로 확장되기까지 엄청나게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었고 이미 김춘리 선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젠더가 아닌 운동선수의 입장에서 "괜찮다"라는 의견을 밝히긴 했지만 다시 들어도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말이었다.
멋진 말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김춘리 선수가 퀘스트 첫 단계인 1:1 데스매치에서 탈락했던 건 상당히 충격이었다. 물론 김춘리 선수뿐 아니라 다른 기대되는 선수들이 1단계에서 너무나 많이 탈락했다. 시청자들의 이런 안타까움에 대해 김춘리 선수는 "대진운도 실력이다."라며 쿨하게 대응했다.
그는 "섭외하고 미팅할 때부터도 누가 출연하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철저하게 비밀로 붙였다. 혼자서만 다른 보디빌더도 나올까? 레슬링이나 유도, 격투기 선수들은 나오겠지?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보디빌더들이 많이 나왔더라. 같은 업종에 있는 참가자들과는 붙고 싶지 않았다. 지면 자존심 상하고 이겨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촬영 당일 대기실도 조를 나눠서 따로 들어가는 바람에 토르소가 있던 첫 장면을 촬영할 때서야 어떤 분들이 출연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라며 출연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모든 상황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춘리 선수가 멋진 피지컬을 뽐내며 극적인 몸싸움을 펼친 '피지컬:100'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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