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에리얼은 국내 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맡았다. 배우보단 가수로서의 경력이 더 두텁다. 지난 2015년, 친언니 클로이 베일리와 '클로이 앤 할리'라는 알앤비 듀오 그룹을 결성했다.
할리는 세계적 팝스타 비욘세의 노래를 커버하며 유명세를 탔다. 비욘세의 '샤라웃'을 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할리는 2019년 '인어공주'의 에리얼 역까지 꿰찬다. 조연과 단역으로만 작품에 모습을 비추던 그에게, '인어공주'는 첫 주연 영화다. 그것도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스테디 애니메이션에 캐스팅된 것.
◆ "어떻게 '흑인'이 인어공주일 수 있나"

그럼에도 유독 '인어공주'의 캐스팅은 자꾸만 구설에 오른다. 할리의 피부색 탓이다. 애니메이션의 에리얼은 빨간 생머리의 백인인데 반해, 할리는 꼬불꼬불한 갈색 머리의 흑인이다.
'인어공주' 팬들 사이에선 '#내 에리얼이 아니야'(#NotMyAriel)라는 해시 태그 운동도 벌어졌다. 그의 짧은 연기 경력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원작 파괴"라는 주장이 비판 여론의 주를 이뤘다.
디즈니 측은 이러한 여론을 개의치 않는다. 일련의 논란 섞인 반응에 대해 "인어공주는 허구다.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우리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롭 마샬 감독 역시 "할리 베일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목소리는 물론 정신, 열정, 순수함, 젊음 등을 모두 소유한 드문 인재"라고 옹호했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식지 않고 있다. 국내 개봉 시기가 확정된 이후에도 팬들의 원성은 끊이지 않는다. 요지는 언제나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어떻게 흑인이 인어공주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 '원작 파괴' 주장의 기저, 그 불편한 진실

'인어공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1805년에 태어난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 속 빨간 머리 백인 에리얼은 원작으로부터 각색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다.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동화 '인어공주'의 결말은 새드 엔딩이다. 인간 왕자를 구해준 뒤 사랑에 빠진 인어공주가 마녀와 거래해 자신의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다는 전개는 동일하지만, 동화 속에서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어공주는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이와 정반대의 해피 엔딩이다. 왕자와 공주가 합세해 마녀를 무찌르고, 인어공주는 완전한 인간이 되어 왕자와의 사랑을 완성한다.
동화를 재해석해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된 '인어공주'. 백설공주를 비롯해 신데렐라, 벨, 티아나 등 십수 명의 디즈니 프린세스 중 부동의 상위권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공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연 작품 '인어공주'가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원작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동화 원작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인어공주가 흑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원작 파괴"를 근거로 대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셈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인어공주'는 오롯이 백인이어야 한다면, 1991년에 개봉한 '인어공주'를 보면 될 일이다.
흥행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실패한다면, 대중은 그 이유를 주인공의 피부색에서 찾을 공산이 크다. 디즈니의 행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다각도로 나뉘어있다. 할리와 디즈니가 자칭 '원작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백승훈 / 사진출처 디즈니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