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에서 일평생 백야의 인생을 살아오며 이유도 없이 자연스럽게 악행을 저지르는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을 만났다. 파트 2가 공개되고 3일 만에 전 세계 시청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차지한 가운데 전 국민이 "연진아!"를 호명해 귀에서 피가 나는 밈까지 만들어 낸 주인공 임지연은 놀랍게도 이번 작품이 첫 악역 도전이었다.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박연진 역할이 아니라 최혜정, 이사라, 심지어 강현남 역할이었어도 이 작품을 했을 것이라는 임지연은 "보통 작품 선택 과정에서 이런 느낌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울고 웃으며 한 번에 읽었다. 이 작품 속 그 어떤 캐릭터였어도 한다고 했을 것이고 심지어 이름 없는 단역이었어도 참여 했을 것"이라며 너무 매력적인 스토리에 반했다며 작품의 첫인상을 밝혔다.
임지연은 "저는 늘 악역에 제대로 도전하고 싶었고 기회가 오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기회가 없었다. 나중에 마흔이나 쉰 살이 되어 내공이 쌓이면 그때는 제대로 된 악역을 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큰 기회를 생각보다 젊은 나이에, 너무 마음에 드는 악역을 만나서 무조건 '이건 내 거다!'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평소에도 악역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악역을 했던 배우라면 어떤 모습 때문에 이 역할에 캐스팅했나 보다 예상이 될 텐데 한 번도 악역을 하지 않았던 임지연에게서 어떤 모습을 발견해 박연진을 맡기게 된 걸까? 그는 "작가님이 첫 미팅에서 저한테 너무 착하게 생겼다고 하시더라. 천사 같은 얼굴인데 악마 같은 심장을 갖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셔서 활짝 웃으며 '작가님 잘 해볼 수 있어요' 했었다."라며 김은숙 작가의 말을 빌려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를 설명했다.
임지연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며 느낀 건 온전히 사랑을 받기도 힘들지만 미움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왕에 악역을 한 거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온갖 미움을 다 받을 만큼 이 캐릭터의 면면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라며 이해나 동정, 관심이 아닌 오로지 미움받기만 기대하며 연기에 몰두했음을 밝혔다.


박연진의 입장에서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 중 누가 더 나쁘냐는 질문에 그는 "혜정이가 진짜 나쁘다"고 답했다. "여기 저기 다니며 완전 나쁜짓만 한다. 박연진은 잃을 게 많아서 성인이 되고 나서는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혜정이는 어릴때나 성인이 되고 나서나 변함이 없더라. 손명호는 너무 불쌍했다. 촬영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보며 '네가 더 나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라며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는 애드리브가 허용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며 "너무 화가 나서 막 내뱉는 말들이 애드리브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대본 그대로의 대사였다. 대본에 적힌 대사들을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잘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며 찰진 쌍욕부터 진심으로 이죽거리는 말처럼 들린 모든 대사들이 김은숙 작가가 쓴 대본 그대로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임지연은 "작가님이 써준 대사를 보면 '아 이거 많이들 따라 하겠다' 싶은 것들이 있었고 그게 다 제대로 먹혔더라. '알아들었으면 끄덕여'라던가 '거지 같은 놈 만나서 거지 같은 자식 놓고' 같은 거지 라임의 대사까지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사들이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될지는 몰랐다."라며 드라마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함을 표했다.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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