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25년 만에 드라마 컴백을 한 최민식을 만났다.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공개되는 시간 내내 '최민식의 일대기' '디즈니+ 역대 한국 오리지널 최대 시청 시간 기록' '디즈니+ 가입자 대폭 상승의 주역' 등의 찬사를 들었을 뿐 아니라 "너 나 감당할 수 있겠냐?" "내가 72시간 안에 똑똑하게 보여줄게" "여기 필리핀이야" 등의 대사로 인기를 끌었다.

매번 작품 할 때마다 캐릭터와 연애하는 기분으로 한다는 최신식은 "2년 전 겨울부터 작년 초가을까지 아주 징글맞게 찐한 연애를 한 기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작품의 호불호, 흥망성쇠를 떠나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자식을 키울 때도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듯 이 작품은 후회도 아쉬움도 남는다."라며 '카지노'의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카지노'를 달리 말하면 '차무식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인물의 오랜 세월 겪어온 풍파를 엄청나게 많은 주변 캐릭터와 함께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에서 북파 간첩으로 활동했던 그가 영어학원에 이어 어떻게 카지노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어쩌다 필리핀에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어떻게 세를 확장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 비해 '차무식'의 인생은 너무나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런 결말에 대해 최민식은 "전혀 아쉬움이 없다. 캐치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처음 대사에 '화무십일홍'이라는 게 나온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인데, 사실 그 대사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차를 지나면서 보니까 이게 바로 우리 시리즈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권력에 도취되고 욕망에 미쳐 날뛰던 놈이라도 열흘을 붉을 수는 없는 것. 꽃잎이 떨어지듯 느닷없이 가장 애정 하던 후배에게 그렇게 가는 게 결말로 옳은 게 아닌가 생각 들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작품의 주제와 일맥상통했다고는 하지만 그 간의 천하무적 '차무식'의 행적을 돌아봤을 때는 많이 아쉬운 엔딩이긴 했다. 최민식은 "사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저만의 생각인데, 정팔이와 함께 차를 타고 멀리 도망가서 한적한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망연자실하며 한참을 앉아 있다가, 정팔이가 잘못했다고 울먹이면 회환의 눈빛을 교환하다가 갑자기 내가 정팔이를 쏴 죽이는 걸 차 뒷모습으로 찍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었다."라며 이렇게 '카지노'를 끝내지 않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또 다른 상상도 해봤다는 고백을 했다.
분명 '차무식'은 최민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차무식'과 최민식을 거의 동일한 인물이라고 착각하며 지켜볼 정도로 최민식은 살아 있는 인물처럼 '차무식'을 연기했다. 최민식은 '차무식'에 대해 "양면성이 있고 미워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단순히 나쁜 놈이었으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것. 만약 시나리오상에 나쁜 놈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100% 착하거나 나쁘지 않고 다중적인 면이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고 모진 인생을 살수 있다는 걸 그려낸 감독에게 참 고맙다. 날 때부터 나쁜 놈이 아니었다는 이 캐릭터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라며 설명했다.

그는 "사실 과학기술이 도와준다고 해서 그걸 믿고 편하게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든 '차무식'을 연기했는데 외형적인 이미지 극복은 안 된 것 같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는 연기는 안 할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라고 왜 외형적인 이미지에 신경을 안 쓰겠나. 그런데 외형적으로 멋있기보다는 제가 잡은 콘셉트는 평범함이었다. 평범한 남자가 돈과 권력을 쫓고 그걸 손에 쥐었지만 주변 사람으로 인해 종말을 맞게 되는 걸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외모적인 부분에서 해방되고 싶었다."라며 차무식의 스타일을 어떻게 잡아갔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러며 "'차무식'도 저도, 욕망이 들끓는 인물이라는 건 비슷한데 저는 '차무식'처럼 용의주도하고 무식하게는 못한다. 닮은 점보다는 틀린 점이 더 많다."라며 캐릭터와의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민식은 "점점 자꾸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더 심해진다. 바램이 있다면 자극적인 거 말고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이성 간의 로맨스나 가족, 형제, 친구 간의 이야기, 작위적이지 않은 드라마를 하고 싶다."라며 나이가 들수록 강렬해지는 욕망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밝혔다.
최민식이 열연한 '카지노'는 디즈니+를 통해 볼 수 있다.
김경희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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