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iMBC 연예
기자이미지 iMBC 연예

[애프터스크리닝] '잠' 쫓아내는 공포+'잠' 쫓아가는 재미★★★★☆

[애프터스크리닝] '잠' 쫓아내는 공포+'잠' 쫓아가는 재미★★★★☆
입력 2023-05-25 20:16 | 수정 2023-05-25 20:30
재생목록
    ● 줄거리

    "여보, 지금 안 자고 거기서 뭐해?"


    영화 '잠'(감독 유재선)에서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의 신혼 단꿈은 어느새 악몽으로 뒤덮였다.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몽유병 탓이다.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 비포스크리닝

    '봉준호 수제자'라는 다소 거창한 수식어가 잔뜩 기대감을 부풀렸다. '옥자'로 유재선 감독과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며 "가장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예측 불가능한 커플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나는 관객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스크린 앞에서 이 영화와 마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봉 감독의 안목은 역시나였던 것일까. 새파란 신인 감독 유재선의 첫 장편 영화 입봉작이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된 것.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 섹션으로, 전 세계 작품들 중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만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제자를 유달리 아끼는 봉 감독의 사람 좋은 허풍일지, 상자를 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기에 감독의 입장에선 부담 요소로 작용했을 수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 애프터스크리닝★★★★☆

    기우였다. 막상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봉 감독의 식견을 높이살 일이 아니었다. 유 감독이 눈에 띄게 특출 난 제자였던 것이 틀림없다. 사전 정보 없이 '잠'을 접한다면 누구도 1989년생 신인 감독의 나이와 경력을 짐작할 수 없을 터.

    '잠'의 구성은 신속하고 담백하다. 마치 연극처럼 3막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친절하게 안내하니 쫓아 읽기에 용이하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극한 상황 하나씩을 던져 주인공들의 등을 떠미니 관객들은 손에는 땀을 쥐고 숨을 참는다. 사이사이 시간의 흐름을 둬 다음 막이 올랐을 때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도 준다. '저런 일을 겪다니,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라는 퀘스천 말이다. 그렇게 현수의 시선, 수진의 시선으로 쉴 틈 없이 '잠'을 쫓아가다 보면 절로 닭살이 돋아 잠이 확 달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알뜰하고 영리하다. 주된 배경은 부부의 집이다. 혹자에겐 한정된 공간이 제약일 수 있지만, 유 감독은 활용의 기회로 삼았다. 챕터가 전환될 때마다 같은 공간의 분위기가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대로 쫓아 달라진다. 소품, 조명, 구도로 몰입에 도움을 준 셈이다. 그러니 자연히 예산도 아꼈을 테고, 촬영 시간도 줄어들었을 것.

    iMBC 연예뉴스 사진
    누구에게나 밤은 오고, 우리는 매일 잠에 든다. 가까운 소재가 공포로 사용되니 더욱 소름 끼친다. 여기에 더해 가장 편안해야 할 시간에 나를 지켜주던 사랑하는 존재가 돌변하니 긴장감은 배가된다. 촌스럽게 여타 공포 영화 플롯을 따라 연신 쿵쾅거리며 피범벅을 하지도 않는다. 직간접 묘사의 적재적소 배치와 완급의 조절이 훌륭한 것. 자연히 국내 개봉에서 연령 제한이 하향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가 생길 영화라는 대목에 기대를 걸어볼 법하다.

    자던 중 일어나 날달걀을 와자작하고 씹어먹는 현수의 행동과 겁에 질린 수진의 표정으로도 충분히 오감을 자극한다. 직접 묘사가 필요한 클라이맥스에서는 작정하고 본색을 드러낸다. 칸 미라마르(Miramar) 극장에 모인 전 세계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일순간 압도당해 입을 틀어막기도 했다. 이에 더해 틈새마다 코믹한 상황까지 가미되어 관객을 안심시키다가도, 일순간 표정을 바꿔 사람을 놀라게 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연기도 압권이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이미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단골 파트너로 정평이 난 남녀배우다. 감독은 그들의 호흡과 생활 연기가 탐이나 섭외에 나섰다. 주인공들이 우리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니 더욱 영화가 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선균은 목소리로 이름난 배우다. 단단하고 옹골찬 음성은 주로 로맨스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잠'에서는 다르다. 비몽사몽 취해 푹 잠긴 목소리로 이선균이 읊조리는 대사들을 듣고 있자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정유미의 난생 처음보는 기괴한 표정과 광기도 발견할 수 있다. 그놈의 잠 때문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는 안광이 서려있다. 사투를 벌이며 괴성을 질러대는 그의 열연은 기괴한 감상을 선사한다. 이웃여자 김국희, 무속인 김금순, 의사 윤경호 역시 마침맞은 모양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이호영 /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