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이 있는 작품을 연출 한 적 있었던 김진원 감독이기에 이번 리메이크를 하면서도 사전에 원작과 구분이 되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놨으리라 기대되는 바였다. 김진원 감독은 "만화와 소설의 오리지널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 봤지만 이렇게 영상 원본이 있는 리메이크는 처음 해봤다. 작품 제안이 오기 훨씬 전 '상견니'를 보면서 청춘의 반짝거림이 좋고 이야기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 나가는 지점, 그 사이에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게 매력적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의 제안을 받고는 '상견니'를 다시 보지는 않았다. 원작을 보면 상상력에 제한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라며 '상견니'를 처음 보고 느꼈던 점을 이야기했다.
촬영이 다 끝나고 편집을 하면서 '상견니'를 다시 봤다는 김 감독은 원작의 팬들의 반응이 고민되었다고 한다. "원작이 첫사랑 같은 거라 생각되더라. 저도 원작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 했는데 기대했던 선물이 아니면 어쩌지? 기억 속의 첫사랑이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어떤 심정일지가 고민되더라."라며 리메이크를 하며 '너의 시간 속으로'만의 차별점을 만들어 낸 부분이 되려 걱정되었다는 고백을 했다.
"촬영 단계에서부터 너무 쉽게 하겠다고 결정한 거 아닌가 싶어 후회했다"는 김진원 감독은 "다음에는 절대로 영상이 원작인 작품을 리메이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떤 리메이크보다 영상을 영상으로 리메이크하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원작이 국내에서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에 연출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컸을 것. 리메이크를 하는데 원작과 달라도 되는지, 그렇다고 똑같이 만들 거면 리메이크를 하는 의미가 있는 건지, 리메이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가며 원작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의 밸런스를 찾으려 많은 고민을 했다는 김 감독이었다.
그가 가장 원작과 차별화 주려고 했던 건 작품의 톤과 인물의 결이었다고 한다. "인물의 결을 달리 가기 위해 캐릭터를 변화시켰다. 사건의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시헌이라는 인물의 결을 바꿨다. 원작과 달리 우리 작품에서는 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인물로 그렸다. 인규에 대한 헤아림, 민주에 대한 관심, 민주의 고백에 대응하는 배려에서 시헌이 더 성숙한 어른 같다는 느낌을 주려했다. 그랬기에 30대의 준희가 10대 시헌을 만나는데도 사랑과 감정의 혼란을 느끼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며 연출하며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가장 두드러지게 원작과 달라진 부분은 연준-태하의 에피소드다. 이 부분의 원고를 엄청나게 수정했다는 김 감독은 "자살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했다. 주요 인물이 다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데 이게 정말 필요하고 설득력 있는 설정인지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높은 나라이고 이 작품이 글로벌로 나가는 작품이라 더 고민했다. 자살을 피하려고 의문을 제기했고 그 의문이 큰 시간과 공을 들이게 했다. 연준의 죽음을 자연적이고 우발적인 죽음으로 만들고자 의견을 모아 여러 버전의 수정을 거쳤다."라며 원작과 다른 설정을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며 "너무 여러 방법으로 연준의 죽음을 수정했었기에 구체적인 과정이 다 생각이 안 나는데 연준은 죽음 이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물이다. 그 이유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가 떠나는 순간에 세상에 거절당하지 않고 본인 나름의 행복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며 자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설정하게 된 이유가 연준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생겨난 애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동성애 코드에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당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김 감독은 "이성애도 고민해 봤다. 그렇게 되면 준희-시헌과의 애정과 겹쳐서 충돌되더라. 동성애 코드가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가 의문이었지만 원작에도 있었고 나름대로 연준 본체의 이야기를 우리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며 해당 장면의 변을 밝혔다.
극 중 태하 역할로 로운이 등장해 깜짝 놀라게 했는데 김 감독은 "로운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안효섭에게 밥차를 보내달라며 출연했다."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캐스팅 당시에도 안효섭과 감정적 교류가 편한 배우가 누구일지 상당히 고민했는데 안효섭이 바로 로운이 제일 친하다고 먼저 말했단다. 현실 찐친으로 알려진 안효섭과 로운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두 배우가 서로 손을 잡는 연기를 할 때 카메라 앞에서는 절절한 눈빛과 감정을 주고받았지만 컷 하자마자 서로의 손을 떨쳐내며 기겁을 했다는 비하인드도 알렸다.
그 외에 원작과 달리 가장 크게 수정한 건 공항 씬이라고. 공식적으로 12번 이상 장면 전체를 뒤집었다 펼쳤다 하며 수정했단다. 타임슬립과 그동안 살짝씩 나왔던 40대 시헌의 존재의 비밀이 한 번에 밝혀지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원작을 보면서 또 연출을 맡게 되면서 타임슬립과 이들의 타임라인에 대해 엄청난 공부를 하며 정리를 했다는 김 감독은 "원작을 본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대목이라 처음에는 이 공항 장면에 집착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설명신을 넣었다. 그랬더니 재미가 없더라. 이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설명되는 버전이 있었는데 감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핵심 내용만 남기고 정보 전달은 살짝 숨겨 놓는 방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며 이 장면에 수많은 수정을 했던 이유를 밝혔다.

복잡한 타임슬립의 개념, 배우들의 1인 다역, 큰 사랑을 받은 원작의 리메이크까지 김 감독에게 부담이 되는 요소가 많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는 "배우와 현장에 많이 의존했다. 대본이 있어도 현장에 가면 대본과 다른 어떤 지점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처음 기준에 비해 엄청 많이 벗어나지는 않지만 현장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것이 우리의 색깔이구나'라는 걸 찾아갈 수 있었다"며 대본에서 결정되지 않은 디테일한 분위기는 현장의 도움을 받아 '너의 시간 속으로' 만의 컬러와 분위기를 완성시킬 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과 친구 인규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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