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너의 시간 속으로'의 1인다역, 넘고 싶은 허들. 감내하고 싶었다" [인터뷰M]

인기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2023년의 준희와 2998년의 민주를 연기한 전여빈을 만났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오래된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하는 순간 2023년에서 1998년으로 타임슬립, 시간 여행의 실마리를 풀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청춘의 고군분투가 펼쳐지는 이야기다.


원작인 '상견니'를 재미있게 봤었고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가 연기하게 될지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는 전여빈은 "배우에게 작품은 인연처럼 온다. 운 좋게 제게 와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았다. 좋아한 작품이기에 즐겁고 기꺼이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의지를 내비쳤다."라며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진지하게 리메이크만의 색감으로 채우기 위해 감독과 작품에 대해 해석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조금씩 부담감이 생겼다고. "'상견니' 작품이 첫사랑 대하듯 보물처럼 간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혹시나 함부로 건드린다는 느낌을 주면 어떡하나, 그들의 추억을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추억으로 안겨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전여빈은 "그렇다고 이 작품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책임감으로 해석하려 했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려는 에너지로 받아들이려 했다."며 부담이나 책임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했음을 알렸다.

원작 '상견니'는 복잡한 타임라인과 똑같은 외모임에도 몇 년도 인물이 몸속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다른 성격이 보임에 따라 중도 탈락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그러나 이 타임라인을 이해하고 나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가 있을 수 있냐며 깊이 빠져들게 된다. 전여빈도 처음 원작을 봤을 때 비슷했다고. "모두가 어려워하던 구간은 저도 똑같이 이해를 못 해서 블로그들을 전전하며 추리하고자 애를 썼다."는 전여빈은 "'너의 시간 속으로'의 대본에서는 타임라인을 정리해 주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타임라인 표를 그려가며 설명도 해 주시고 배우들끼리도 상의를 많이 했었다. 또 작품 속에서 인지하고 표현을 해 보니 이 작품의 타임라인은 완벽하게 알고 있다."라며 그 어떤 블로거보다 완벽한 타임라인의 이해를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감독과 제작진이 배우들에게 이 복잡한 타임라인을 설명하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게 했다.

전여빈이 연기한 캐릭터를 뜯어보면 온전히 민주일 때, 온전히 준희일 때, 민주의 몸에 들어간 준희일 때, 민주의 몸에 다시 민주가 들어갔음을 인지한 준희일 때의 4가지로 구분이 된다. 1인 다역을 연기해야 했던 그는 "저는 대본에 충실한 배우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인물에 집중하려고 했고 대본 자체가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게 구획이 나눠져 있었다. 너무 명징하게 잘 드러나 있어서 그걸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며 잘 정리된 좋은 대본의 도움을 받았기에 인물별 구분은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며 "하고 싶어서 선택한 역할이었고, 표현하고 싶었던 갈망과 욕망이 있었기에 마땅히 감내하고 싶었다. 쉽지 않았지만 원하는 고통이고 인내였고, 내가 넘고 싶은 허들이어서 1인다역이 제게 장애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라며 단단한 내면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전여빈은 "민주와 준희는 기본적으로 너무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 인물을 어떤 단어로 설명하면 인물이 납작하게 느껴져서 경계하는 편인데, 두 사람에게 느껴지는 마음은 '민주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 '준희는 사랑이 소중한 사람'이었다."라며 자신이 느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을 알렸다.

원작 '상견니'와 리메이크작 '너의 시간 속으로'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엔딩이었다.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문을 닫은 것에 대해 전여빈은 "솔직히 민주, 시헌, 연준, 인규가 지난한 과정을 겪었기에 이들이 정말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해피엔딩이 너무 기뻤다. 이들을 지켜주는 것 같고 이들에게 든든한 방어막을 쳐주는 것 같아서 결말이 너무 좋다. 엔딩 장면을 모든 촬영이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 거의 끝에 찍었다. 저도 그제야 이 작품을 떠나보내는 마음, 정리하는 마음이 들더라. '많이 사랑했어. 잘 가라'는 마음으로 찍어 엔딩 장면이 유독 애틋하게 느껴진다"며 감상을 전했다.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는 건 장성한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기분이 든다"는 전여빈은 그래서 작품이 너무 애틋하다고. 자신이 맡게 되고 연기하게 되는 인물에 대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기에 과몰입하게 된다는 그녀는 "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과몰입이 아깝지 않았고 너무 좋았다. 앞으로 배우로서 노련함이 쌓이면 과몰입을 덜 하고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직은 내 작품이 시청자들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을 때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여러분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모든 걸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게 과연 뭘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싶은 부분을 밝혔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과 친구 인규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