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원래라면 서울에 와서 대면으로 인터뷰해야겠지만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촬영 중이라 갈 수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잘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한국 영화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는 시선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만들면서 어떤 자세로 뭘 보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며 "처음에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된 건 사카모토 유지가 써준 플롯으로다. 벌써 5년 전인데, 그때 한 장 한 장 플롯을 읽어가며 무엇이 일어나고는 있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고 누가 나쁜지를 나도 모르게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괴물은 누구지?'라고 저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게 되더라. 나 또한 진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걸 글의 후반에서야 알게 되었고, 그런 글이 스릴링했다. 나는 절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라 생각이 들어. 처음 느꼈던 긴장, 괴물을 찾게 되는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라고 느낀 걸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비슷하게 끌어들이길 바라서 만들었다."며 처음 대본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최고의 각본가로 알려진 사카모토 유지와 함께 작업을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약 제가 이 각본을 썼다면 음악실에서의 장면에 교장 선생님과 미나토를 등장시키지 않았을 것. 이 장면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소리라는 것에 담아 표현하는 것이기에 나라면 미나토와 호리, 또는 미나토와 요리 두 사람을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공통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악기를 분다는 발상을 했다. 그런 설정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공부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에게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더 일을 하자고 부탁했었다."며 작가의 칭찬을 했다.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에 대해 '못된 작가'라는 표현을 하며 "굉장히 사람을 괴롭히는 각본가라는 의미다. 저는 각본을 쓸 때 사건부터 들어가지 않고 일상 묘사를 계속 겹겹이 쌓아가다가 그걸 어떤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식으로 쓴다. 그래서 묘사가 먼저 들어가고 스토리는 나중에 형성된다. 그런데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처음부터 플롯 안에서 스토리텔링이 엄청 뛰어났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데 그 스토리텔링 자체가 사람을 이리저리 헷갈리게 끌고 다니더라. 이쪽으로 가서 착각하게 만들고 또다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이게 아니구나' 싶게 만드는, 그래서 학교가 나쁜가? 아니 엄마가 나쁜가? 이런 식으로 관객의 생각을 왔가갔다 시키며 갖고 논다. 저는 이런 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못됐다고 표현했는데, 사실은 뛰어나다는 의미"라며 각본을 극찬했다.
대부분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지만 이번에 남이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라고 밝힌 그는 "글을 읽으며 거의 영화상으로 한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데도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더라. 그래서 이 영화는 내가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관객이 느낄 이야기의 매력을 감독으로서 시나리오를 처음 읽으면서도 똑같이 느꼈음을 알렸다.
또 "이 각본은 3개의 장으로 이뤄진 구성이다. 그런데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온다. 아이들의 세계를 나에게 맡기고 싶어서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가 나에게 제안한 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누군가가 던진 공을 내가 아주 잘 받아서 다시 잘 던져줘야 하는 입장이 된 거라 생각했다."며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완성형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각본을 고쳐가는 시간이 있었기에 완전히 누군가가 쓴 각본을 받아서 영화를 연출한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며 작업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각본가가 따로 있는 작품을 연출할 때 보통은 현장에서 고민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고민할 것이 적었다. 편집할 때도 버릴 게 없었고, 지금까지의 작업에 비해 모든 면에서 답이 아주 명료했다는 게 좋았다."며 각본가와의 협업에서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엄마로 등장한 안도 사쿠라 배우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모든 장면에서 디렉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들에 대한 초조함 불안감을 디테일하게 연기를 해줘서 감사했다. '어느 가족'에서 함께 작업했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 역할의 캐스팅 회의를 할 때 내가 먼저 안도 사쿠라를 추천했다. 그때도 너무 깊이 있고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사람이고 엄청난 포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빨리 다시 안도 사쿠라와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출연 제안을 했는데 안도 사쿠라가 여러 이유로 거절을 하더라. 그래서 다시 전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계속 이야기해서 설득을 했다. 제가 끈질기게 매달리길 잘했다 생각된다. 저의 뜨거운 부탁 때문에 출연해 주신 거라 생각된다."라며 캐스팅의 이유와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나토와 요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안 할 수 없었다. 미나토를 연기한 쿠로카와 소야, 요리를 연기한 히이라기 히나타에 대해 "그동안 아역배우들을 많이 캐스팅했었다. 대부분 이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바로 '이 아이다!'라고 느껴서 캐스팅했었다. 이번에도 보는 순간 '요리가 여기 있네'라는 직관적인 느낌이 들었다. 오디션의 마지막 과정에서는 8명 정도를 남겨놓고 여러 조합을 짜서 2명씩 짝을 지워 연기를 시켜봤는데 모든 스태프들이 이 둘이 가장 뛰어나다고 해서 캐스팅을 했다. 오디션 마지막 과정은 야외로 나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대사를 하면서 걸어가는 장면이었다. 성인 연기자도 힘든 장면인데 그걸 딱 보더니 '말하면서 흔들거리면서 하면 되겠네요'라며 너무 자연스럽게 대사도 하고 가위바위보도 하고 계단을 올라가더라. 너무 놀라웠고 두 소년은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며 천재적인 감각을 갖고 있던 두 아역배우를 이야기했다.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표현을 잘했고 대본을 한번 읽으면 모두 외울 정도로 뛰어났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런 아역 연기자였다."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를 칭찬했다.
아역배우들과의 작업이 많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금까지 아역배우들과의 작업은 그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내가 직접 입으로 지금 찍는 장면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게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에 대본을 주고 연기를 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많은 공부도 시켰다. 성교육 공부를 포함해서 LGBTQ(엘지비티큐, 성 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를 담당하는 선생님을 모셔와 아역 배우는 물론이고 영화 현장의 스태프가 모여서 교육을 받았다. 물론 아역배우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교육을 시켰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며 아역배우의 연기를 만들어갔다. 이런 새로운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본다"며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표현하는 영화였기에 아역배우를 고려해 세심하게 신경 쓰며 작업했음을 알렸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성적으로 좀 더 개방적인 문화이기에 LGBTQ 이슈를 더 신경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은 "이런 분야에 대한 대답을 할 때 항상 고민되고 어려운데 일본은 아직도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동성 관계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좁게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제도를 비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해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그러며 "다만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인간들 안에서 쓰이고 있는 일반적인 이라는 말, 혹은 우리 선생님이 자주 쓰는 '남자가, 남자다운' 이러한 표현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러한 말을 쓰는 사람들은 상대를 상처 주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데 그런 말을 듣는 소년들에게는 그 말이 매우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뭔가 전달하고자 했다면 그건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가 있다는 것이었다."며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도 감독은 "각본을 여러 번 고쳐 쓰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결말에 대해서 많이 모색을 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여러 버전의 결말이 있었다. 어떤 각본의 버전에서는 굉장히 꿈같은 느낌으로 끝나는 버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이 2명이 기차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끝나는 결과도 있었고 또 하나는 정말 리얼하게 부모님들이 나타나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그런 각본도 있긴 했다."며 여러 가지 엔딩을 놓고 고심했음을 밝혔다.
그러며 "저는 만약에 그들이 '구해진다, 구원된다'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반드시 마지막에 부모님을 만나서 부모님에게 안기면서 끝나야 되는 것만이 구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해피엔드이자 가장 좋은 방식으로 구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긍정적이고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러한 결말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 지금의 엔딩을 선택했다."며 엔딩의 의미를 설명했다.
'괴물'의 또 하나의 의미는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의 유작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위해 사카모토 류이치가 만들어 준 곡도 있고 기존에 만들어 둔 곡도 있다고 영화음악에 대해 이야기한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 두 소년을 축복하듯 '아쿠아'라는 곡이 흘러나오는데 너무 좋은 곡이다. 이 곡은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의 오케이도 받기 전에 이 곡을 넣어 편집을 할 정도였다."며 음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유작이 이 작품이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계 음악계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분께서 남기신 것은 아마도 앞으로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해서 여러분들이 듣게 될 음악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분의 작업에 내 영화가 조금이라도 관여되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다."라며 故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는 보기 전에 뭐라 말하기 어려운 영화다. 관객에게 말하자면 일본의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사건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본의 어느 작은 곳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간사이의 단절을 다루는거라 인식하고 있다. 2018년에 사카모토 유지가 쓴 이야기인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 깊이 사회의 분단이 들어가게 되었다. 꼭 극장에서 봐주시길"이라며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김경희 / 사진제공 미디어캐슬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