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해 대통령실 경호를 위해 설정해 둔 비행금지구역까지 접근할 동안 우리 군은 도대체 뭘했냐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비행금지구역 비행 규정을 위반해 대통령실로 접근하는 비행체가 포착될 경우 대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둔 군의 작전 매뉴얼이 담긴 문건을 MBC가 단독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군의 대공 작전 매뉴얼은 사실상 무용지물, 있으나마나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해 5월 임시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비행체에 대한 방어 전략 등이 담긴 공문을 작성해 합동참모본부 외에도 1방공여단 등 관련 부대에 보냈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비행금지구역이 재설정됨에 따라 기존과 다른 새로운 대공 방어 전략을 짜 관련 부대에 전파한 겁니다.
여기에는 무인기를 포함해 비행체가 비행금지구역에 접근하는 단계에서부터 취해야할 조치가 단계별로 자세하게 적시돼 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P-73보다 바깥쪽인 R-75라고 불리는 비행제한구역 침범시 즉각 두 차례 경고 방송을 하고, 이어 비행체가 R-75 구역을 완전히 침범한 후에는 신호탄을 발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어 "경고 방송과 신호탄 발사에도 불구하고 P-73 비행금지구역으로 접근시에는 곧바로 경고사격을 실시하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체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완전히 침범한 상황에서는 적대행위로 간주하여 교전수칙에 따라 격추사격을 하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범 당시에는 군의 이런 대응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군은 당시 경고방송과 신호탄 발사는 물론, 경고사격이나 격추 등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매뉴얼에 적시된 단계별 조치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당시 매뉴얼대로 작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서울 상공 진입 시 항공기를 동원한 추적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MBC가 확보한 문건만 봐도 수방사의 이런 새 작전 매뉴얼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2,3개월 시차를 두고 합참과 관련 부대에 최소 8차례나 지속적으로 전파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새로운 임시비행금지구역 공역이 설정됐고, 이에 따른 대공 방어 작전 매뉴얼도 수시로 전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일각에선 매뉴얼에 담긴 단계별 조치 내용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산 인근에 있던 청와대와 달리 용산 대통령실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기존의 경고 사격이나 격추 같은 조치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대규모 민간 피해가 우려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번 무인기 침공 사건을 계기로, 군의 대응 작전 전반에 대한 조사와 함께 대응 작전 매뉴얼에 대한 보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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