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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군, 병사 관리도 사후 대처도 모두 엉망"

카메라 앞에 선 아버지‥"군, 병사 관리도 사후 대처도 모두 엉망"
입력 2023-02-13 16:55 | 수정 2023-02-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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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 앞에선 아버지‥이번에도 "의혹 없게 해달라"

    지난해 12월, 최전방 감시초소에서 경계 근무 중 총상을 입고 숨진 김 모 이병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게 아니라, 총기 오발 사고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다수의 익명 제보를 받은 유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든 채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습니다. 아버지 김 씨는 "있는 사실 그대로만 제대로 알게 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오늘, 아버지가 다시 카메라 앞에서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들의 죽음이 '오발 사고'라고 허위 보고된 경위를 정확히 밝히고, 책임자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고 이후 발견돼 김 이병이 맥박이 약하게나마 잡혔던 상황에서, 119 신고 이후 출동한 구급차를 부대 측이 신속히 통과시켜주지 않은 데에 대한 지적도 쏟아냈습니다.

    오늘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발언을 최대한 그대로 아래에 옮깁니다.

    "저희 가족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냈습니다. 주변에서 자식을 군대에 안 보내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한국을 많이, 아주 많이 좋아했고 또 한국에서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면 군대는 꼭 가야하겠지요. 그래서 대학도 한국에서 다녔고 군대도 갔습니다. 험하고 힘들다는 GOP도 자원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군은 그 아이를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었습니다. 군대 사건 사고가 많다고 하지만, 남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 그 일이 갑자기 제 일이 되었을 때 참담함과 비통함은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까. 입대한 지 3달이 안 된 이병이 괴롭힘 당하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동안 부대 간부들과 지휘관들은 뭘 했습니까. 군인으로서 사명을 제대로 다 했다고 할 수 있나요?"

    "상황 발생 후 최초 보고는 극단적 선택 아닌 사고사, 허위보고였다고 합니다. 그 허위보고 때문에 저희 가족은 지난 몇 달 동안 아이가 왜 죽었는지 제대로 모른 채 혼란 속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 선택이 사고사로 부각된 이유가 있을 텐데 군은 명확히 밝힐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화가 나는 것은 구급차를 막은 것입니다. 사람이 죽어가는 급박한 상황에 당신들의 요청으로 출동한 119와 경찰을 규정을 앞세워 막다니요. 아이가 사경을 헤매는 사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원칙대로 해야 할 신병 교육은 안 했다던데, 사고가 벌어지고 나니 그때 그렇게 원칙을 따져야 했습니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나요? 아이가 떠나고 몇 달 동안 군이 하는 행동은 매 순간 의심스럽고 이상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파헤쳐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를 관리하는 일도, 사건 이후 대처도 모두 엉망이었기 때문입니다. 관련자들과 가해자들은 일벌백계해주십시오. 한 점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그래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추운 날씨에 묵묵히 근무하는 우리의 아들 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바랍니다."


    ■ 선택적 답변하는 군?‥유족과의 '진실 공방' 이어지나

    군인권센터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김 이병을 괴롭힌 혐의를 받는 초급 간부가 수사 과정에서 '두려워서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이 해당 간부에 대해 허위보고 혐의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추후 보고를 수정하기는 했지만 이미 '판초우의가 총기에 걸려 1발이 격발됐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진 만큼, 이후 수사는 물론 유족들이 사건을 파악하는 데에 큰 혼란을 줬다는 것입니다.

    1시간쯤 뒤 육군은 입장을 내놨습니다. 우선 허위보고 의혹에 대해선 "해당 하사가 사고 현장을 보고 임의로 추정해서 상황보고한 것이고, 이후 사단에서 상황을 재확인해 최초 보고 이후 23분 만에 '원인미상의 총상'으로 정정보고한 만큼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하사가 허위보고한 정황도 수사 결과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구급차가 제때 부대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네비게이션이 안 되는 GOP에 소방대원이 안내 없이 직접 찾아오기 제한돼, 군 안내 간부가 함께 이동한 것이고 의도적으로 119 구급차를 막은 사실도 없다"고 적극 해명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군이 사전에 유족 측에게 충분하게 설명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입니다. 육군의 이번 설명도 군인권센터와 유족의 공개 기자회견이 이뤄진 뒤에야 나왔습니다. 앞서 군은 "최초 보고자가 김 이병을 괴롭힌 혐의를 받는 하사가 아니라 다른 간부였고, 해당 하사가 '두려워서 거짓보고를 했다'는 진술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언론에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와 유족 측은 "해당 하사가 '두려워서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등의 내용은 이미 지난주 육군 군사경찰이 비공개 설명회에서도 직접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육군 군사경찰이 밝혔던 내용과 육군의 공식 입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런 양상이 계속된다면 군과 유족의 '진실 공방'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군은 유족의 질문에 대한 선택적인 답변을 하는 대신,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을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이미 카메라 앞에 나서서 두 차례씩이나, 있는 사실을 알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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