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가 곧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논의됐거나 논의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연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 감면' 검토
국민의힘이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사가 어제 오후부터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이 검토한 방안은 부모가 재산을 증여받을 때 자녀 수에 따라 비과세 금액을 다르게 정하는데, 1자녀 부모는 1억 원, 2자녀 부모는 2억 원, 3자녀 부모는 4억 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현재는 무상 증여 한도액은 10년마다 성인은 5천만 원, 미성년자는 2천만 원입니다.
■ '증여세 면세한도' 증액을 왜 자녀 수와 연계할까?
증여세 인적 공제 한도를 올리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아닙니다. 이미 작년에 1인당 5천만 원인 무상 증여 한도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국회에는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증여세 한도를 성인의 경우 현재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미성년은 현행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안이 검토되다가 해를 넘겨서 저출산 대책으로 둔갑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물가가 오른 걸 고려해서 증여세 한도를 보편적으로 늘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자녀 수에다 묶으면 조부모의 증여를 받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수긍할 수 없을 겁니다.
■ '20대 아이 셋 아빠' 군 면제가 저출산 대책?
국민의힘은 30세 이전에 3명 이상 자녀를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안도 검토했었죠. '20대에 아이 셋을 낳으면 군대를 안 간다'는 이야기인데 대학 졸업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학 졸업하자마자 4~5년 안에 아이를 셋 낳아야 합니다. 정말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지요. 취업은 언제 하고, 무슨 돈으로 결혼하고, 무슨 돈으로 다섯 식구가 살 집을 마련하나요?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 33.72세, 여성 31.26세입니다.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여성이 첫째 아이를 낳는 연령은 33세입니다. 병역 면제라는 카드로 초혼 연령과 출산 연령을 획기적으로 당겨볼 생각이었을까요?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어 군대에 갈 청년들이 안 그래도 부족한데,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 정권에서 국방의 의무 면제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는 게 과연 맞는 걸까요?
그리고 출산은 여성이 하는데, 왜 남성이 군대에 가지 않죠?
비판이 제기되면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는데, 이런 일이 자꾸 반복하면 '아이디어'가 화날 것 같습니다.
■ 최대 '주 69시간' 일하면서 아이 셋을 20대에 낳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 2명이 만나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아이를 안 낳을까요? 비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시작된 취업이 30세가 되기 전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바뀌고, 직장이나 집과 가까운 곳에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구하고, 아이가 돌아오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이런 상황들을 다 충족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오락가락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최대 69시간 혹은 60시간이라고 하는데, 주 6일을 일한다고 해도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게 되는 셈이어서 60~69시간은 너무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빼고 나면 집에 돌아와 밥 먹고 수면을 취하기도 빠듯합니다. 부모님이나 다른 이의 도움을 빌릴 수 있다면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는 누가 키우나요?
아이 하나 낳기도 힘든 세상에 2명, 3명 다자녀 혜택에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으면 둘을 나을 겁니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런 '신박한' 대책들 말고 정말 아이 낳아 키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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